[인터뷰] ‘빅매치’ 이정재 “어깨가 끊어져도 관객분들이 재미있다면 그만”
2014-12-02 11:33
영화 ‘빅매치’(감독 최호·제작 보경사)에 출연한 이정재를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이정재가 맡은 최익호는 불굴의 파이터다. 타고난 승부사 기질과 집념으로 똘똘 뭉친 최익호는 축구선수였지만 그라운드에서 난동을 부려 상대 선수 11명을 때려 눕히고 영구제명된다. 하지만 익호는 그 ‘재능’을 살려 격투기 선수로 전향한다. 익호는 천재 악당 에이스(신하균)에게 납치된 형이자 자신의 열혈코치 영호(이성민)를 찾기 위해, 에이스가 제안하는 미션에 도전한다.
이정재는 ‘빅매치’ 촬영 중 당한 부상으로 어깨수술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를 보면 이정재가 했을 고생이 상상된다.
“어깨가 끊어져도 관객분들이 재미있게 보신다면 다행이죠. 발목이 꺾이거나 타박상, 찰과상은 수도 없었죠. 양쪽 엄지는 아주 고질적으로 다쳤어요. 살짝만 닿아도 자지러지게 아팠죠. 하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하다 보니 욕심도 났고,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는 힘들 것 같아요(웃음). 발도 빠르게 움직여야하고 고양이처럼 뛰어야하는데 몸이 안 따라 주더라고요(웃음). 보아(수경 역)는 댄스가수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지금도 활발한 친구라 그런지 스탭이 되더라고요. 저는 잘 안됐죠. 그런 면에서 몸에 차이가 느껴졌어요.”
이정재는 옥타곤 링에서 격투기를 선보였는데, 실제로 때린 부분이라는 것이다. 고무로 만든 주먹을 손에 끼우고 그 위에 글러브를 착용해 현실감 넘치는 격투신을 만들어냈다. 아주 아프지는 않았다고는 하지만 글러브에 얼굴이 찢길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경찰서를 탈출하는 시퀀스는 더욱 위험 요소가 많은 상황이었다. 사람끼리는 ‘합’을 맞추면 되지만 물건들 사이를 뛰어다니고, 매달리는 상황에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
“발 디딜 틈이 별로 없는 게 조금 어려웠다”는 이정재는 “점프하고 책상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장면들이 한 컷 안에서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스턴트맨을 기용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배우 보호 차원도 있지만 아주 어려운 동작들은 이정재가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분량을 직접 연기했다. 모습에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게 이정재의 설명이다.
“3시간 마다 먹었어요. 닭가슴살같은 육류 위주로요. 그게 제일 힘들었죠. 점심 때는 조금이라도 자야했어요. 운동을 많이 하면 몸이 안 붙으니까요. 아! 추위도 힘들었죠. 12월 말부터 4월까지 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겨울에 진짜 얇은 운동복 하나 입고 뛰는 장면이 매우 길었는데 그때는 추운줄도 모르겠더라고요(웃음).”
이정재는 ‘빅매치’ 완성도에 대해, 최호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감독님의 배려로 각 파트 배역들이 모두 살아있는 것 같다. 출연진들이 다 만족해했는데, 흥행을 떠나서 열심히 연기한 캐릭터가 살아있는 것만큼 배우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익호를 게임판으로 인도하는 수경 역의 보아와는 이상야릇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복싱 챔피언 출신 수경은 익호와 함께 액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인물.
이정재는 보아에 대해 “수경이란 역할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경이라는 인물의 느낌을 보아가 잘 알 것 같았다”면서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절제와 연습은 당연한 것인데, 보아도 어릴 때부터 가수에 대한 꿈, 열망을 위해 노력해왔고, 훌륭하게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보아가 현장에 연습을 많이 해왔다”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보아는 연기를 계속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정재의 후배 사랑이 느껴졌다.
이정재는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오랫동안 팬들에게 사랑을 받는 배우로서 그는 “작품마다 반응이 좋을 때도, 저조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오래 일을 하다보면 이런 저런 일도 있는 것”이라면서 “지금 많은 작품이 들어오는 부분이 많은 분들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 같다. 너무나도 감사하다. 40대 남자배우가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더 많은 것도 이유일 것 같다. 좀 더 다양한 영화에서 여러 캐릭터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게 아닌가 싶다”라고 겸손해 했다.
이제 40대에 들어선 이정재. 그의 말마따나 이정재의 전성기는 지금부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