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돈 3년 6개월래 최고
2014-11-18 07:43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갈곳을 찾지 못한 자금들이 3년6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에 풀린 총유동성(Lf·평잔 기준) 가운데 인출이 자유로워 사실상 현금에 준한 예금인 수시입출식예금과 현금 등을 합친 협의통화(M1)가 차지하는 비율인 자금 단기화 수준은 지난 9월 19.9%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1년 3월 20.0% 이후 3년6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자금 단기화 비율의 상승은 예비적 동기로 보유하는 통화가 늘었다는 의미여서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지 않는 경향도 반영한다.
이 비율은 리먼사태가 발생한 2008년 9월 16.8%에서 2011년 2월 20.1%까지 오르고서 하락세로 전환해 2012년 9월 18.2%까지 떨어졌으나 그 이후 기준금리 하락 등을 계기로 단계적으로 올라 현 수준까지 상승했다.
최근 자금의 단기화 경향 역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 유동성은 늘었지만 투자 등 실물경제의 수요로 이어지지 않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은이 지난 8월과 10월에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시중 유동성은 늘고 있지만 단기성 금융상품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흘러들고 있다.
기업 등이 보유한 단기 자금이 모이는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지난 10월 한달간 10조원 가량의 자금이 순유입됐으며 결국 이달 6일 설정액(100조9689억원)이 5년 여만에 100조원대로 올라섰다.
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수시입출식 예금의 증가액은 26조7000억원으로 전체 은행 수신 증가액(42조4000억원)의 63.0%에 달했다.
심지어 대표적인 저축상품인 정기예금도 1년미만 가입액 비중이 지난 9월에는 26.0%로 10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장기 금융상품에 돈을 묵혀두느니 환금성이 높은 단기 상품에 돈을 넣어두고 향후 추이를 보려는 경향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에 역전되는 일도 잦다.
3년물 국고채는 올해 7월2일∼8월13일, 9월24일∼10월13일, 10월30일∼11월10일 등 3차례에 걸쳐 91물 양도성예금증서(CD)보다 수익률이 낮게 형성됐다.
대표적인 자금 흐름 지표인 통화승수도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지속하고 있다. 통화승수는 높을수록 금융회사들이 고객을 상대로 신용 창출을 활발히 했다는 의미를 갖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본원통화에 대한 광의통화(M2)의 배율로 산출된다.
월별 통화승수(평잔 기준 본원통화 대비 M2)는 작년 12월 19.9배로 16년10개월만에 처음 20배 밑으로 하락하고서 올해 들어서는 18.9배로 하락한 8월을 빼고는 계속 19배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인 안전자산 선호 경향에 5만원권의 발행까지 겹치면서 현금보유 성향이 강화된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하지만 외부의 시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심지어는 유동성 함정의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유동성 함정은 단기 부동자금이 급증해 실물경제로는 자금이 흘러가지 않으면서 통화정책의 효과가 무력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