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 대출 10월 1조원 돌파했다는데..실수요층 혜택은 적어

2014-11-18 10:59
최저 2.6% 금리 연소득 2000만원 이하만 적용
4000만~6000만원은 은행 금리와 큰 차이 없어

[자료=국토교통부]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무주택자 주택구입을 지원하는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 월별 실적이 1조원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로 매수심리가 개선됐고 금리 인하 등으로 대출 여력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디딤돌 대출이 저소득층의 내집 마련 지원이란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혜 대상을 가르는 소득기준을 높이고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중 금리보다 낮은 최저 2.6%의 금리를 제시하지만 사실상 주택구입 여력이 없는 소득층에게만 해당되는 등 실제 혜택을 받는 수요층은 극히 한정됐기 때문이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디딤돌 대출의 실적은 1조14억원(1만352건)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디딤돌 대출은 보금자리론과 생애최초주택구입 자금을 통합해 올 1월부터 출시된 상품이다. 4월 8464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9월 6724억원으로 한 풀 꺾였지만 9·1 부동산 대책 등을 계기로 주택구입 자금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9월 22일부터 대출 금리를 0.2%포인트씩 인하하고 청약저축 장기 가입자에게 최대 0.2%포인트의 금리를 우대 적용했다. 앞서 8월에는 1주택 소유자에게도 디딤돌 대출을 허용했고 지난달 22일 기존 주택의 가격을 4억원 이하에서 6억원 이하로 조정해 대출 대상을 확대했다.

국토부는 이전까지 연간 1조~2조원 수준이던 기금을 통한 정책모기지 지원 규모를 지난해부터 11조원 선으로 확대했다. 올해 1~10월 지출된 디딤돌 대출은 7조940억원으로 공유형 모기지와 전세대출 등을 합치면 예산인 11조원도 부족할 것으로 국토부는 추산했다.

대규모 정책모기지 지원으로 주택시장 정상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지만 소득여건이나 금리 등이 실제 수요와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디딤돌 대출의 경우 부부합산 연소득 2000만원 이하는 2.6~2.9%, 2000만~4000만원 이하 2.8~3.1%, 4000만~6000만원 이하는 3.1~3.4%의 금리가 적용된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7000만원까지 포함된다.

소득구간은 지난해 6월 처음 만든 것이다. 이전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의 경우 부부합산 연소득 5500만원 이하에 연 3.8%의 금리가 적용됐다. 여기에 다자녀가구(0.5%포인트) 등의 추가 혜택이 있었다. 이후 소득구간을 도입해 저소득층에게 더 저렴한 금리를 제공토록 했다.

하지만 사실상 부부합산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의 경우 주택구입 여력이 없는 계층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최저 금리가 적용되지만 사실상 주거복지의 성격이 강해 시장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A은행 상담센터 팀장은 “연봉 2000만원 미만 수요자가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다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고 구입 가능한 주택도 아파트가 아닌 지방 다세대 주택 등에 한정된다”며 “소득에 따라 차등된 금리를 적용하겠다는 정책 목표에 충실한 것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디딤돌 대출은 4000만~6000만원 이하, 은행은 1~3등급 대상.[자료=국민주택기금, 전국은행연합회]

소득요건 중 그나마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4000만~7000만원에 적용되는 금리는 시중 금리와 별반 차이가 없어 정책모기지의 이득이 없다는 분석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기금 수탁은행인 우리·기업·농협·신한·하나·KB국민행의 10월 기준 주택담보대출(분활상환방식 만기 10년 이상) 평균 금리는 3.45~3.63% 선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추가 금리 인하 시 고정금리인 디딤돌 대출이 더욱 불리해질 가능성도 높다.

B은행 관계자는 “정책모기지의 금리가 조금 더 낮긴 하지만 소득과 대상주택 등 요건이 까다로워 은행 주택담보대출로 변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운용폭이 넓은 은행 대출에 비해 한도도 2억원으로 서울·수도권에 전세로 살고 있는 수요자가 매매로 전환하기에는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매매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소득요건 확대 등을 통해 디딤돌 대출 혜택 대상을 늘려야 하지만 현재 여건으로는 쉽지 않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국토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기금 안전성을 위해 쉽게 변동금리를 적용할 수는 없으며 내년 미국 출구전략으로 금리 인상도 예상되는 등 시장 상황을 판단하기가 어렵다”며 “현재 소득 요건으로도 소득 7분위까지 지원하고 있어 그 이상으로 대상을 넓히기에는 기금 재정 여력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