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가처분소득의 70% 빚 갚는 데 쓴다
2014-11-17 07:33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소득 하위 20% 계층으로 빚까지 진 가구는 쓸 수 있는 돈(가처분소득)의 70%를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빚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이들의 개인회생 신청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7일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2만가구를 대상으로 부채, 소득 등 현황을 조사한 '2014년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계층 중 절반가량인 48.7%는 금융부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DSR)은 평균 68.7%에 달했다. 이들의 DSR는 2011년 45.3%, 2012년 42.2% 등 40%대에 머물러 있었으나 지난해 급등했다.
특히 이 조사는 3년째 같은 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진 패널조사인 만큼 대상 가구의 재무 상황에 큰 변화가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빚을 진 1분위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2012년 가구당 연간 733만원에서 지난해 738만원으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가구당 금융부채는 2012년 말 2188만원에서 작년 말 2590만원으로 18.4%나 늘었다.
문제는 과다한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개인회생 신청 등 극한 상황에 놓인 개인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년 1년간 개인회생 신청은 10만5885건으로 전년보다 17.2%나 늘면서 사상 처음 10만건을 돌파했고 올해도 9월까지 이미 8만3847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8.8% 증가해 다시 10만건을 넘을 전망이다.
한국 경제 전체로는 빚 상환에 쪼들리는 개인들이 늘면서 소비가 제약을 받아 내수 회복이 어려움에 처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0월 국정감사 답변에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임계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은 평균 21.5%로 전년보다 2.4%포인트 상승했다. 빚이 있는 가구들만 보면 이 비율은 전년 24.5%에서 26.9%로 악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