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지난 14년간 기계장치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짬짜미한 일본·독일계 베어링 업체 9곳의 국제 카르텔이 적발됐다. 이번 국제카르텔 사건은 역대 최장기간으로 외국 본사를 대상으로 한 첫 검찰 고발도 이뤄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시판용·철강설비용·소형 베어링(내경 3cm 이하 베어링)의 가격·물량·납품 수요처를 합의·결정한 9개 일본·독일계 베어링 업체에 대해 과징금 총 778억원 부과 및 검찰 고발한다고 16일 밝혔다.

기업별 과징금 내역을 보면 일본계 회사 중 일본정공이 334억6600만원으로 가장 많이 부과됐다. 그 다음으로는 제이텍트가 109억1000만원, 미네베아가 49억1200만원, 후지코시는 36억5100만원을 받았다. 독일계 회사인 셰플러코리아는 164억7500만원을 처벌 받았고, 한국 회사인 한화에 대해서는 83억6100만원을 의결했다.

나머지 한국지사인 한국엔에스케이·제이텍트코리아·한국엠엔비는 외국계 본사의 100% 자회사라는 점을 들어 일본정공·제이텍트·미네베아 본사에 과징금을 부과한 경우다.

공정위에 따르면 먼저 엔에스케이·제이텍트·후지코시 등 일본 베어링업체들이 대리점 판매 시판용 베어링의 가격·물량을 담합했다. 이들은 국제카르텔 협의체인 아시아연구회를 결성하고 총 57회 회합을 통해 아시아 국가별 가격인상률에 합의해 왔다.

아시아 국가별 가격인상률 담합 후에는 제이텍트·후지코시가 수출가격을 인상하고 엔에스케이는 한국 지사에 판매가격 인상을 지시했다.

이들은 한국 내에서 시판용 베어링 판매가격을 약 80~100%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담합이 종료된 후에는 2년간 업체 경쟁으로 일본계 40%, 독일계 7%의 가격 인하를 보였다.
 
아울러 철강설비용·소형 베어링 시장에서의 담합도 드러났다. 철강용 베어링 경쟁사인 일본 엔에스케이와 제이텍트는 1998년부터 2011년 11월까지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회사에 납품하는 베어링 입찰 물량·가격을 담합해왔다.

이들은 한국 지사 간 합의내용을 보고받고 합의대로 실행되지 않을 경우 개입해 조정하는 등 담합체계를 유지해왔다. 기본 합의내용을 보면 기존 시장점유율은 존중하고 신규 입찰 베어링 수주기업이 보수용 베어링도 수주하도록 했다. 신규 입찰 건은 50대50으로 절반씩 나눠 갖는 방식을 취했다.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소형 베어링의 경우도 2003년 6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일본 업체인 엔에스케이와 미네베아가 삼성·LG·대우 등 국내 전자업체에 납품하는 소형 베어링 가격을 잡아왔다.

특히 2008년부터 강재가와 환율이 인상되자 한국 지사인 한국 엔에스케이와 한국 엔엠비에 지시, 국내에서 수요처별 구체적 가격인상 및 유지에 합의하고 전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김대영 공정위 국제카르텔과장은 “기존 국제카르텔 사건과 달리 역외에서의 담합과 이와 연계된 국내에서의 세부 담합까지 모두 적발해 낸 최초 사례로 조사기간만 2년여 걸린 역대 국제카르텔 사건 최대 규모”라며 “시판용 베어링을 처리한 다른 경쟁당국에 비해 담합의 실체를 가장 명확하게 규명한 사건으로 철강설비용과 소형 직납용 베어링은 세계 최초 제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