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아파트 전셋값 주춤, 월세는 가격 오르고 거래도 늘어
2014-11-13 15:12
하지만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전세매물 부족은 불가피해 전세난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말부터는 강남권 재건축 대거 이주도 시작될 예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3일 현지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 84㎡의 전세 시세는 층별로 6억3000만~6억8000만원 선에 형성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신고된 이 주택형의 전세 실거래가를 보면 지난달까지만 해도 7억원 선이었다. 이달 들어 2000만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대치삼성 전용 59㎡는 5억~5억2000만원 선으로 한달새 1000만원 가량 내렸다. 같은동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경우 전세시세가 3억5000만~4억원 선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사장은 “이사철이 지나고 1000만원 정도 하향 조정됐다”며 “내부 수리가 잘 된 곳은 대부분 소진됐지만 비교적 깔끔한 중층 전세매물도 3억원 후반대면 바로 입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개포동 대청아파트 전용 39㎡는 지난달초만 해도 2억5000만원 선에 거래됐지만 최근 시세는 2억3000만원까지 낮아졌다. 주공5단지 전용 53㎡는 지난달 3억원에서 최근 1000만원 낮은 2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단지 전용 83는 지난달말 4억1500만원에서 최근 크게 내린 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세매물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더 낡은 은마나 미도아파트 등은 전세매물이 있지만 덜 노후한 아파트는 수요가 꾸준해 연내 입주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는 않은 편이다”고 전했다.
전세매물 부족 현상은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이 주요 원인이다. 주거여건과 학군이 괜찮은 전세매물은 항상 모자란 편이지만 월세의 경우 쉽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증금을 4억~6억원 선으로 최대한 높이고 월 임대료 60만~100만원을 주는 반전세 형태가 많은 편이다.
세입자들 역시 전세 찾기를 포기하고 월세로 옮기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임대료 수준도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개포동 주공6단지 전용 73㎡는 지난달 중순 보증금 3억원, 월 3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에는 보증금이 3000만원 오른 3억3000만원에 월 30만원에 거래됐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 월세는 보증금 2억원에 월 50만원 선으로 두달 새 월세가 20만원 가량 상승했다.
월세거래량 역시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조사에서 강남구 아파트 월세 거래는 7~9월 349~393건에서 지난달 413건으로 7달 새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서초구도 9월 159건에 불과했던 월세 거래가 지난달 212건으로 크게 늘었다. 송파구의 경우 지난달 410건으로 올해 2월(465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나타냈다.
월세 전환 증가가 늘어나면서 전세매물 부족은 지속돼 연말부터 다시 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학군에 민감한 강남권 특성상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학부모들의 대규모 이동도 예상된다. 특히 연말부터 강동구 고덕동 주공4단지(410가구)를 시작으로 강남권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돼 전세매물 부족이 심화될 전망이다. 같은동 주공2단지(2600가구)는 내년 3월 이주할 계획이다.
부동산써브 조은상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이주 시기 조정 등을 통해 강남권 전세매물 품귀 현상을 최소화할 대책이 필요하다”며 “단 서울 입주물량이 부족하긴 하지만 내년 대치동 청실아파트 등 입주가 예정돼 다소 숨통을 트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