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위약금 폐지 요금제’…함정은 또 다른 위약금?

2014-11-12 15:08
보조금·유무선 결합 위약금 등 실효성 논란

[이통3사 로고]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위약금 폐지 요금제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보완책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그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KT는 당초 다음달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올레 순액요금제’를 12일 출시했다.

순액요금제는 요금 할인 약정 없이도 기존에 2년 약정 시 받을 수 있는 할인 금액만큼 기본료를 낮춘 요금제다.

또 기존 요금제는 2년 약정을 해도 최대 30개월까지만 요금 할인 혜택이 제공됐던 반면, 순액요금제는 이용 기간에 상관없이 할인 적용된 기본료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T는 2년 약정 기준으로 매월 1만6000원 할인됐던 ‘67요금제’가 순액요금제에서는 요금 할인 약정과 위약금 없이도 동일한 혜택의 요금상품에 5만1000원만 부과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순액요금제로 매달 20~30%씩 요금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KT 측의 설명이다.

KT는 ‘완전무한’ ‘모두다 올레’ 등 주요 상품을 포함해 청소년, 장애인, 시니어 요금제 등 이용 비중의 약 90%를 차지하는 LTE와 3세대(3G) 이동통신 요금상품을 순액으로 출시한다.

순액요금제 가입자도 기존 고객과 마찬가지로 ‘LTE 뭉치면 올레’와 ‘우리가족 무선할인’ 등의 유무선 결합 할인이 가능하다.

결국 순액요금제는 단통법의 대안으로 가장 유력했던 요금인가제 폐지가 이통업계 간의 이해관계로 답보 상태에 머물자 내놓은 안으로 보인다.

업계 분위기로 봤을 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도 조만간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논리적으로는 요금 약정이 없기 때문에 요금제 변경이나 번호이동이 자유롭지만 단말기에 대한 약정은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대부분의 휴대전화 구매자가 2년 약정을 맺는 이유는 요금 할인으로 단말기를 좀 더 싸게 사는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다.

이통사들이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장려하고 있는 유무선 결합상품도 자유로운 번호이동을 막는 걸림돌로 꼽힌다. 통상 유무선 결합 상품은 2~3년의 약정으로 출시되고 있으며 해지 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위약금 폐지 요금제의 혜택을 받는 가입자가 일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SK텔레콤의 가입비 면제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SK텔레콤은 업계 최초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내년 9월에 이통3사 모두 일괄 폐지할 예정인 것을 10개월 앞당겼을 뿐이다.

게다가 가입비를 내지 않는 기기 변경 고객은 대상이 안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금에 대한 위약금이 없어도 어차피 각종 보조금과 결합 상품 위약금 때문에 약정 기간 내 번호이동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통사들은 보다 근본적인 통신 요금 인하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