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미생' 이성민, 이런 선배가 되고 싶다
2014-11-11 11:27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연출 김원석) 속 오상식 과장(이성민)은 우리가 원하는 가장 좋은 선배, 존경할만한 선배의 모습을 빼다 박았다. 거친 외모와 말투에도 불구하고 후배를 이끄는 강한 힘이 있는 선배다.
오 과장은 남들이 꺼리는 일에 더욱더 열정을 느끼는 인물. 강한 도전 정신으로 똘똘 뭉쳐 다른 사람이 걷지 않는 가시밭길을 스스로 걷는 캐릭터다.
오 과장이 후배를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은 카리스마다. 말 한마디에도 신중을 담으려 하고, 행동으로서 후배를 가르치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그것.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더 값지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선배로서 가져야할 중요한 덕목 카리스마를 보인다. 그런 선배가 바로 오 과장이다.
그렇다고 호통을 치거나 지시만 하는 선배는 아니다. 후배를 위한 모습도 종종 보여준다. 안영이(강소라)에게 모욕을 주는 까칠한 대리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가 하면, 아이의 하교 시간을 맞추지 못해 고민하는 신차장(신은정)을 위해 자기 부서 후배 장그래를 급히 파견 보내기도 한다. 때로는 자상하기까지 한 이 시대 최고의 선배다.
선배로서의 미덕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소주를 입에 털어 넣는 순간이다.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팀원 장그래(임시완)와 김동식(김대명)을 이끌고 들어간 술집에서 그는 소주 한 잔에 사회생활의 쓴맛을 털어낸다. 좌절보다는 새로운 시작이 더 낫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성실한 선배다. 장그래가 오 과장을 믿고 따르는 이유도 그것이다.
오 과장의 모습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후배를 갈구기에 여념 없는 타 부서 선배들의 태도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새로 등장한 인턴 후배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는가 하면 여사원들에게 내 뱉는 막말은 성희롱 수준, 타 부서 선임들은 능력있는 후배의 빠른 성장이 두려워 가르치지 않으려한다. 후배가 일궈놓은 프로젝트를 한마디 말로 싹둑 잘라버리는 부장까지. 총체적 난국인 직장에서 오 과장의 행실은 타의 모범이 된다. 적어도 방송을 보는 시청자에게만큼은 말이다.
'미생'은 직장 내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유쾌하고 통쾌하게 풀어내면서 2030세대 뿐만 아니라 4050세대에게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는 직장인들은 오 과장이 털어내는 소주 한 잔에 감정을 이입한다. 그리고 기도한다. 오 과장 같은 선배만 있다면.
'미생'의 오 과장이 보여주는 선배의 미덕, 이제 우리가 배워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