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타결] "FTA 특혜관세 활용률 농식품 분야 취약"

2014-11-10 13:24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가 30개월만에 최종 타결된 가운데 농식품분야의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그간 FTA를 체결한 상대국과의 특혜관세 활용률을 조사한 결과, 농식품 분야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미 FTA 등 시장개방으로 인해 농식품 수입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 수입의 FTA 특혜관세 활용률은 70.4%에 이르지만 농식품 수출의 FTA 특혜관세 활용률은 23.1%에 불과했다. 반면 일반 제조업의 FTA 특혜관세 활용률은 70%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명근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식품 수출의 FTA 특혜관세 활용률이 낮은 것은 엄격한 원산지 규정과 복잡한 증명 절차 등으로 스파게티볼 효과 발생에 기인한 것"이라며 "수입원료를 주로 사용하는 가공식품의 원산지 규정이 까다로운 데다 FTA별로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어명근 연구위원은 "주요 수출시장인 개도국의 원산지 확인, 통관 등 무역원활화와 관련된 물적·인적 인프라가 낙후된 것도 원인"이라며 "FTA 수출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농식품 수출증대 전략에 FTA 활용 제고방안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체계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산지 증명 발급, 검역, 검사 등의 통관절차, 수출 대상국의 식품안전 관련 국내법 적용 등 비관세조치에 대한 대응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FTA 전문인력 양성 등 인프라 확충과 농식품 전문 비즈니스 모델 개발‧보급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기업규모가 작은 농식품 수출업체의 원산지기준에 대한 역량강화를 위해 효과적인 지원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에 운영중인 FTA 원스톱 지원센터의 운영을 효율화하고 수출업체의 원산지 판정과 증명서 발급을 쉽게 하는 원산지관리시스템(FTA-PASS) 보급을 확대하자는 취지이다. 

◇한·중 FTA 농식품 분야 피해 3조3600억원
한중 FTA가 발효되면 10년 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3%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20%), 화장품(5%), 유아용 분유(5%) 등 관세 하락으로 한국산 제품의 수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농식품분야 생산은 2020년 최대 20%까지 감소, 피해금액 규모만 약 3조3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미 FTA에 따른 농업 피해액 8150억원의 4배가 넘는 수치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한중 FTA 1232개의 초민감품목군 중 1200여개 품목을 농수산물로 채워 농수산물시장 개방의 폭을 최대한 줄일 방침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농수산물 분야의 피해가 워낙 클 것으로 예상돼 농어민의 발발이 극심할 것"이라며 "미국·칠레와 FTA를 맺었을 때처럼 정부가 FTA로 이득을 보는 부문에서 재원을 마련해 농어민에게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농가부채를 탕감해주는 등 보상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교수는 "전체 국내총생산의 83%를 교역에 의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FTA 체결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농산물은 경제적인 차원에서뿐 아니라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꼭 자급자족이 필요한 품목인 만큼 미국 등 여러 나라처럼 농민에 대한 지원은 꼭 챙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FTA로 국내 축산물 수입 대폭 늘어
국내 축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미국산 쇠고기와 닭고기, 유제품의 수입량이 각각 평년 동기에 비해 18.9%, 19.7%, 230% 증가했다.

미국의 작황이 좋았던 체리·옥수수·대두 수입은 평년 동기보다 각각 130%·54.6%·29.4% 급증했다. 미국산 체리는 토마토와 포도 등 국내산 과일을 제치고 여름철 대표 과일로 부상했다.

미국산 농축산물 총 수입규모는 지난 1∼9월 전년 동기에 비해 35% 늘어난 61억6000만 달러였다.

아울러 유럽연합(EU) 등 우리와 FTA를 맺은 국가들로부터 1∼9월 수입한 농축산물 총액은 평년 동기보다 28.3% 증가한 136억 달러로 집계됐다.

아직 우리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중국의 경우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농림축산물의 수입액이 대폭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적자액도 배 이상 증가했다.

수입액이 1억 달러를 넘는 품목은 2000년에는 옥수수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쌀(2억8440만 달러)과 김치(1억1740만 달러), 고추(1억1180만 달러) 등이 포함됐다.

2011∼2013년 양국의 주요 농산물 35개 품목의 도매 가격을 조사한 결과 계란을 제외한 34개 품목에서 국산이 중국산보다 비쌌으며, 그 중 25개 품목은 3배 이상, 12개 품목은 5배 이상 비쌌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중 FTA 체결로 관세가 철폐되면 축산물·과일 등 일부에 피해가 집중된 미국이나 EU와 달리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