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서러운 한인 종업원
2014-10-11 23:15
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미국의 수도 워싱턴과 맞닿아 있는 버지니아주. 최근 미 연방 노동부가 버지니아 지역의 식당을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벌였다.
단속은 노동법 위반. 특히 최저임금 지급과 초과근무 수당 지급에 집중 됐다. 항복별로 보면 최저임급 지급여부, 초과근무 고나련 근로시간 및 임금규정 준수 여부, 노동계약서와 출최근시간을 확인하는 타임카드 등 기록보관 여부, 그리고 미성년자 노동규정 위반 여부 등이다.
그런데 이번 노동부 단속에서 한인식당들도 대거 적발됐다는 소식이 지역 한인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한번은 북버지니아 지역에 있는 한 한인식당의 여성 웨이트리스와 잠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 여성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왔고, 아이들의 학생비자를 이용해 체로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취업을 할 수 없지만 한 푼의 생활비라도 벌기 위해 식당 종업원 일을 하고 있노라고 말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 종업원 중에는 경제적으로 어렵게 되자 한국의 남편이 보내주는 생활비가 크게 줄어, 어쩔 수 없이 식당일을 하게 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식당 사장이 월급을 제때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달씩 월급을 거르는 일이 허다하고 그나마 줄 때도 밀렸던 것을 다 주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은 전세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집이 없는 이민자들은 월세를 내야 하는데 월급이 제때 안 나오니 그 생활은 안 봐도 뻔하다.
그런데도 사장은 고급승용차를 끌고 골프를 치러 다닌다. 장사가 안돼 종업원들에게 월급 줄 돈이 없다는 고용주는 돈이 어디서 나서 그렇게 놀러만 다니는 건지 해도 너무한다는 하소연이었다.
하지만 그 종업원은 그러한 사실이 기사화되면 그나마 밀린 월급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몸을 사렸다.
결국 그 사장은 식당문을 닫았고 종업원들은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한채 실업자 신세가 된 것이다.
이 여종업원과 대활르 한 것이 몇년 전 일인데 최근 많은 한인식당들이 미연방 노동부 단속에 적발됐다는 것은 비슷한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가장 큰 문제는 종업원들의 체류신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학생비자를 갖고 미국에 입국한 사람은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다.
만일 취업비자 없이 일을 하다 적발되면 일을 하는 사람이나 고용한 사람이나 둘 다 모두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고용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학생비자 또는 합법적인 취업이 안되는 사람을 종업원으로 쓸 경우 법이 정한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체류신분이 일을 하기에 합법적이지 않기 때문에 고용인이 월급을 제때 안 주거나 적게 지급해도 종업원은 아무 말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종업원의 약점을 이용해 착취해오던 고용주들이 이번 단속에 적발됐지만 과연 미주 한인사회에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안좋은 관행이 과연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미국 연방 노동법이 정한 최저 임금은 식당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 경우 시간당 7.25달러이다. 이는 고용주가 월급으로 지급할 경우의 이야기고, 만일 팁을 받는 경우 시간당 최저 임금은 2.13달러이다.
팁을 받는 종업원은 고용주가 주는 최저임금이 적기 때문에 수입의 대부분을 손님이 놓고 가는 팁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한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한인 식당의 경우 손님들은 팁에 상당히 인색한게 사실이다.
미국인의 경우 자신이 손님으로서 종업원으로부터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이 들면 주저함 없이 팁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가끔 거액의 팁을 놓고 갔다는 기사가 미국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도 이 같은 정서 또는 문화 때문이다.
그러나 한인들은 식사값을 계산할 시간이 되면 계산기부터 두드린다. 보통 미국 식당에서는 점심 때 식사비 총액의 15%, 그리고 저녁 때는 20%를 지불한다.
한인들의 인색한 팁 때문에 한인 종업원들이 버는 팁 수입은 당연히 적을 수 밖에 없다.
가끔 한인 고용주들이 동남아시아 등 외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제대로 대우를 하지 않아 문제가 된다는 소식이 한국으로부터 들려 올 때면 이곳의 한인 식당도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보다 힘 없는 이들의 약점을 잡아 착취하는 행태가 언제쯤이나 없어질지 모르겠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로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일부 한인 고용주들의 비뚤어진 사고 방식 때문에 오늘도 집에 아이들만 나둔 채 울며 겨자먹기로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한인 종업원들은 서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