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잊혀진 감성 다시 떠오르게 하는 민병헌의 흑백사진

2014-09-29 15:30
파주 미메시스 아트뮤지엄서 12월14일까지

[민병헌, Flower, Gelatin Silver Print, 2011]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극도의 섬세함으로 이뤄진 민병헌의 작품은 자연을 관찰하는 인간의 감성이 더해져 낭만적, 서정적 흔적을 간직한 집단적 무의식 속에서 메아리로 울리며, 살아 있거나 잊혀진 감성들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엠마누엘 드 레코테, 파리시립미술관 사진 총괄 큐레이터)

 '동양화 같은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민병헌이 경기 파주 미메시스 아트뮤지엄(관장 홍지웅)서 '민병헌 흑백사진전'을 열고 있다.
 
 정통 흑백사진 인화방식인 젤라틴 실버 프린트를 고수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30여년 사진 세계를 보여준다. 아날로그 흑백사진의 미묘한 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미발표작인 'Dead Plants', 'Wall'시리즈 와 함께 신작인'군산'과 'Flower'시리즈 등 총 170여 점의 흑백사진을 소개한다. 자연과 인체를 조용하고 관조적으로 담아낸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신작들에서 민병헌은 콘트라스트가 강한 다큐멘터리적 시선으로 대상을 포착했다.  

디지털 사진이 유행하고 있는 요즘 전통적인 방법으로 오직 스트레이트 사진만을 고집하고 있는 민병헌의 작업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대한 최고의 찬사이며, 더욱 감수성을 자극한다.

 미국 산타 바바라 미술관 카렌 신샤이머 사진 큐레이터도 민병헌 흑백사진에 반했다.  그의 말을 옮긴다.

"민병헌의 절제된 미니멀리즘 미학은, 갈수록 더 크고 더 요란하고 더 화려한 색채의 프린트들이 눈길을 끌고 있는 현대 사진의 경향에 동조하지 않는다. 그런 그의 이미지들은 언뜻 보기에 시대착오적인 듯도 하다. 온갖 전자 매체, 인터넷, 텔레비전, 잡지, 옥외 광고판 같은 시각 이미지가 폭발하듯 넘쳐흐르는 지금의 세상에선 적어도 그래 보인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휴대 전화를 끄고, 머릿속에서 끊이지 않는 재잘거림을 딱 멈추고, 민병헌의 이미지 속으로 고요히 몰입해 들어가면, 지식을 넘어선 어떤 것에 대한 깨달음과 빛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의 사진은 문화, 정치, 종교의 경계를 넘어선다." 전시는 12월 14일까지.(031)955-4100

 

[민병헌, Dead Plants, Gelatin Silver Print, 1996-1998
“하루 종일 라면 한 그릇 먹고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다닌 시절이 있었다. 현실적 곤란과 불확실한 미래, 내 재능에 대한 불안감. 그 불편과 불안이 살아 있는 꽃이 아닌 죽은 풀들에 투사된다.” ]



▶사진작가 민병헌=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4년 동아살롱에서 <25시>로 은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파인 힐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가인화랑, 금호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카이스 갤러리를 비롯하여 파리의 보두엥 르봉 갤러리, 산타 모니타의 피터 페트만 갤러리 등 국내외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단체전으로는 서울시립미술관 《비무장지대 예술문화운동》(1993), 국립현대미술관 《사진의 시각적 확장》(1998), 오스트레일리아 사진센터 《Awakening》(2001), 하와이 현대미술관 《Crossing 2003》(2003), 파리 뤼맹 갤러리 《DEUX Photographers》(2005), 다카르비엔날레(2008),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Photography Now, China, Japan, Korea》(2009) 등에 참가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을 비롯하여 미국 휴스턴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산타 바바라 미술관, 시카고 현대사진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