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있고 가해자는 없는 여수 검은비 사건…주민들 분통
2014-09-24 11:57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지난해 6월 전남 여수 율촌산단 인근 지역 일부에서 검은 비가 내려 농작물 피해 등을 입은 주민만 300여 명에 달하지만 1년이 넘은 시점에서 책임을 져야할 원인제공자를 밝히지 못한 채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증거가 명백한데도 원인 제공자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영산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검은 비'의 원인 제공자로 당초 지목됐던 율촌산단 내 한맥데코산업(주)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난해 말 무혐의 처분으로 끝난 데 이어 최근 법원 역시 이 회사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단에 따라 영산강유역환경청이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이 사건은 종결됐다.
당시 영산강유역환경청은 관계기관의 합동조사 결과 비와 섞여 내린 이물질의 성분이 1.5km 떨어진 한맥데코산업 폐기물매립장 분진의 결정구조나 화학조성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이 업체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1개월 영업정지 처분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그러나 수사에 나선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검은 비가 내린 사실만으로 주변 환경 오염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 회사 매립장에서 폭발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며, 매립장의 분진이 피해 지역으로 이동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이유를 들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의 해당 업체에 대한 영업정치 처분도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내려졌다.
광주지법은 최근 해당 업체가 영산강유역환경청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영산강청이 이 회사에 대해 내린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 사실에다 검은 비를 유발했다는 폭발이 해당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점, 영업정지 처분으로 해당 기업의 2차 피해가 발생한 점 등의 이유도 참작했다.
검찰과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영산강유역환경청은 결국 항소를 포기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당시 피해 지역에 대한 중금속 검사에서 기준치에 못 미치는 등 직접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점도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행정소송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종료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경재앙의 전조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던 '여수 검은 비' 사건은 피해를 본 주민이 수백명에 달하는데도 피해를 유발한 가해자는 밝혀지지 않은 채 종결된 셈이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사고 당시 해당업체 매립장에서 화재가 난 후 폭발이 일어나는 등 검은 비의 실체가 명백한데도 무혐의와 증거불충분 결정이 내려진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환경오염 가해자를 일벌백계해 환경복지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공약했으면서도 결국은 봐주기로 끝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