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반복되서는 안될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성희롱’ 추태

2014-08-19 13:03

[정보과학부 정광연 기자 ]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자 게임물의 등급분류를 결정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성희롱’ 추태로 게임업계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 12일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진 게임위에 ‘성희롱’ 추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7월 31일 가진 회식 자리에서 일부 선임들이 남자 신입사원의 상의를 강제로 벗기고 바지 지퍼를 내리는 등 정상적인 사고 방식으로는 용납하기 어려운 작태를 보였는데 이 자리에는 여직원들도 동석, 피해자의 정신적인 모멸감이 더욱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당시 회식 자리를 지켰던 보직 간부가 이를 보고도 방관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또 다른 간부는 성희롱을 만류하는 직원에게 왜 분위기를 망치냐며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하기도 했다.

언론보도 직후, 게임위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자들에 대한 사실 확인 및 징계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올바른 직장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3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가해자 4명 및 담당 부장에 대해 모두 ‘해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게임위의 ‘성희롱’ 추태는 전형적인 조직내 성범죄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여직원이 보는 앞에서,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장난처럼 거림낌없이 ‘성추행’을 자행하는 모습이 그렇다. 특히 조직내에서 리더 역할을 해야할 간부급 직원들이 이를 묵인하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회식 문화의 일부처럼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충격적이다.

일각에서는 게임위의 발빠른 대처와 조속한 처벌로 해당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성추행’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 대한 당연한 ‘처벌’에 불과하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벌을 받았다고 해서 피해자의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게임업계가 조직내 ‘성희롱’에서 완벽히 자유로운 산업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다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적인 문화를 중요시하는 만큼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일부 산업군에 비해 건전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안기는 충격이 크다.

게임위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 더욱 씁쓸하다. 게임물의 윤리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고 청소년 보호 및 불법게임물 유통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이 바로 게임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윤리성마저 갖추지 못한 조직에서 어떻게 이런 중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게임산업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게임위는 이번 사태로 오히려 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겼다. 가해자 처벌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두 번 다시 이런 끔찍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 프로그램 확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