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규제 완화, 베이비붐 세대 대출 부실 문제 우려
2014-07-31 07:26
DTI는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며 LTV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은행에서 담보가치로 인정해 주는 비율이다.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은퇴 연령층의 창업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자영업 창업 및 운영 자금이 이미 빠른 속도로 늘어왔다. 이에 규제 완화로 이같은 추세에 속도를 높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농협·신한·하나 등 4개 은행의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가운데 50대 이상 중고령층 대출 비중이 지난 6월 말 기준 42.7%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말 39.6%와 비교해 3%포인트 남짓 상승한 수치다.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출생자)가 은퇴하면서 자영업에 뛰어드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풀이다.
실제로 전체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50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자영업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활이다.
주택을 이미 보유한 은퇴 연령층은 대출자금을 신규 주택 구매가 아닌 창업자금·운영자금·생계형 자금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고 부동산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다는 건 상당수가 자영업자의 사업용 대출로 쓰였을 개연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가 내달 1일부터 LTV·DTI 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은퇴 연령층의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LTV 및 DTI 완화로 인한 고연령층과 젊은층간의 상대적 대출 비중 변화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50대 이상자의 주택담보대출 절대액이 늘어날 것이란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고연령층 자영업자일수록 대출 부실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3월 현재 50세 이상 차주 중 소득 대비 대출 비율이 400%를 초과한 비중이 43.9%로 나타났다. 50세 미만 차주(38.6%)에 비해 5%포인트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또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영업 규모가 대부분 영세한 데다 업종도 음식숙박업·도소매업 등에 편중돼 있어 소득 대비 부채 수준이 열악하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최근 오피스텔 투자 열풍 등으로 부동산임대업자의 대출 증가율이 최근 3년간 가장 높았으나 임대시장 부진으로 소득창출 여건은 악화되고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상환능력 측면에서 볼 때 일반적으로 자영업자의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LTV·DTI 규제완화로 50대 이상 연령층 대출이 확대되면 가계 부채의 질이 나빠진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LTV·DTI 완화가 부채의 질을 개선한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고연령층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무조건 가계부채 위험 요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