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박원순 대권가도 ‘청신호’…안철수는 ‘안갯속’, 왜?

2014-06-05 11:50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희비가 미묘하게 교차되고 있다.

대선의 급행열차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2연승을 기록한 박 시장은 차기 야권 대권주자 1순위로 등극한 반면 안 대표는 윤장현 후보의 광주시장 당선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해서다.

이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야권 내부 권력구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승자는 박 당선인이었다. 그는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1위인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의 대결에서 56%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 후보는 네거티브 공세에도 보수 표 결집에 실패하면서 43.1%에 그쳤다.

특히 박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유세차 △로고송 △율동 △확성기가 없는 이른바 ‘4무 선거’로 새누리당 공세를 뚫으면서 한국 선거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 향후 ‘박원순식’ 콘텐츠를 확보하게 됐다.

또한 ‘소통’과 숙의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정치를 선보이면서 야권이 가야 할 정치 방향을 선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대에 불과한 새정치연합 지지율을 박 당선인이 ‘개인기’ 하나로 극복한 결정적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박원순 캠프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 승리와 관련해 “박 당선자가 사실상 새정치연합 대권주자로 나아가지 않겠느냐”면서도 “박 당선자는 시민의 후보인 만큼 향후 이들이 원할 때 등판하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안 대표의 입지는 다소 불안하다. 전략공천 논란으로 낙선 가능성이 제기된 광주시장 선거에서 윤장현 후보가 득표율 57.9%로 무소속 강운태 후보(31.8%)를 크게 제치면서 기사회생의 길을 걸었으나,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존재감을 크게 확보하지는 못했다.

광주시장 선거에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던 안 대표가 부담을 덜게 된 측면은 있지만, 제1야당의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위상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특히 세월호 심판론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3곳 중 경기와 인천을 정부여당에 내줌으로써 향후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같은 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광주의 전략공천이 6·4 지방선거의 패인”이라며 “당력의 광주 집중으로 경기·인천 등지에 효과적인 지원을 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안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광주에 무소속 연대 바람이 전남과 전북을 강타해 36개 기초단체장 중 15개를 무소속에 헌납했다”고 밝힌 뒤 “오는 7·30 재·보궐선거 때는 파벌 지분 공천을 없애야 한다”고 비판, 당내 파장을 예고했다.

앞서 비노의 한 축인 손학규 상임고문도 지난 1일 “누가 (당선)돼도 우리 식구”라며 안 대표와 윤 당선인을 동시에 비판, 비노 분열이 촉발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의 향후 행보에 험로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광주는 안풍(안철수 바람)의 진원지였다. 또한 광주는 과거 민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이다. 13일에 불과한 짧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세 차례나 방문해 가까스로 ‘윤장현 구하기’에 성공한 안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 논란이 도돌이표인 이유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광주시장 당선에 대해 “안 대표의 파워라기보다는 과거 민주당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이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사실상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냐”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