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드라마 쓰리데이즈 그리고 '세월호 민심'
2014-05-07 06:00
분노와 좌절, 통쾌와 희망의 갈림길 무엇이 만들었나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대통령
양진리 사건과 이동휘 대통령
양진리 사건과 이동휘 대통령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 현재진행형인 현실이고, '양진리 사건'은 얼마전 종영된 SBS의 드라마에 나온 가상현실이다.
국민들은 이 현실과 가상현실을 비교하며 현실에선 분노와 좌절을, 가상현실에선 통쾌와 희망을 이야기 한다.
분노와 좌절, 통쾌와 희망의 갈림길, 무엇이 만들어 냈을까?
국민들은 이 현실과 가상현실을 비교하며 현실에선 분노와 좌절을, 가상현실에선 통쾌와 희망을 이야기 한다.
분노와 좌절, 통쾌와 희망의 갈림길, 무엇이 만들어 냈을까?
박 대통령이 참사 14일째에, 그것도 정기 국무회의 자리에서 장관들을 앞에 두고 ‘착석 사과’를 한 것에 대해선 내용과 형식 모두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110여명의 유족들이 꾸린 ‘세월호 사고 유가족 대책위원회’의 유경근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국민은 국무위원뿐인가? 몇천만명의 국민이 있는데 겨우 몇몇 국무위원들 앞에서 하는 비공개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진정 이 나라 대통령,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희생자 분향소를 찾은 자리에서 유족들을 만났을 때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이 '착석 사과' 논란으로 분노의 민심은 들불처럼 번져갔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와 보수언론들은 '박근혜 구하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교묘한 언론플레이에 열중이었다. 사고의 진상규명이나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지적보다 유병언, 구원파 등 기사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른바 물타기 보도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단정하긴 어렵지만 오만한 보수언론과 권력의 야합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한심한 해양수산부의 위기대응 매뉴얼에는 '충격 상쇄용 기사 아이템을 발굴하라는 내용이 있었으니, 추측만은 아닐 것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 범정부 재난대책본부에 방송통신위원회도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오늘이 28일 입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재난대책본부에서 여론을 감시·환기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실제로 관련 문건에서 방통위는 자체적으로 재난상황반을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문건에 따르면 방통위는 방송정책국에 ‘방송사 조정·통제’ 임무를 부여했다. 이것이 이후 ‘방송사 협조 요청’이라고 바뀌었지만 언론을 조정·통제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한 방통위는 독립적으로 운용케 되어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조체계도 유지하고 있었다.
<조선일보> 4월 26일치 1면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고통 받고 있는 진도와 안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6일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이후 <조선> 1면에서 진도와 안산 소식이 빠진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대신 한미정상회담을 다룬 기사와 함께 인천에서 쓴 기사가 1면을 채웠다. 바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내주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소환한다는 내용이었다. <조선>은 지난 22일 검찰이 유병언 전 회장을 수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이후 이날까지 유 전 회장 수사 상황을 여러 면에 걸쳐 주요하게 다뤘다. 그에 비례해 정부 비판 기사 비중은 줄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검찰의 유 전 회장 수사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들 신문은 유 전 회장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구원파 관련 기사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이 과도하게 유 전 회장을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정부 비판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물타기'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수사당국을 총동원해 유 전 회장 비리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금융감독원·국세청·관세청까지 나섰다. 물타기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한 24일에는 해양수산부의 위기대응 매뉴얼에 대형선박 사고가 발생할 때 '충격 상쇄용 기사 아이템을 개발하라'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민적 비극 앞에서도 기득권 세력들은 반성과 참회보다는 온갖 수단을 동원 '세월호 지우기' 에만 더 열중이었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런 상황이 너무 견디기 힘들었을까?
안타까움과 미안함 때문에 눈물만 흘리던 시민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행동에 나섰다. 강남의 아기 엄마들 부터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 도올선생까지. 여기에 더해 외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무능, 무책임을 질타했다.
가상현실인 '양진리 사건과 이동휘 대통령'에서 국민들은 왜 위로를 받고 통쾌함을 느끼고 희망을 이야기 할까?
'팔콘의 개'에서 대통령이 된 이동휘, 사임까지 결심하고 16년전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양진리 사건을 참회하겠다며 찾아간 위령탑에서 진한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이 과정에서 김도진 일당과 총격전이 벌어지게 되고 시청자들이 명대사로 꼽는 다음의 내용으로 감동의 연기를 토해낸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습니다. 사람 목숨은 다 똑같아요.
저 밖에 위험에 처한 사람들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한태경 경호관! 당신의 아버지는 16년동안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그리고 그 진실이란 건 그 어떤 가치나 이익이라고 할지라도 국민을 볼모로 삼아선 안된다는 겁니다. 저 밖에 사람들이 날 부르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국가를 필요로 하고있어요. 그들이 없이는 대통령도, 대통령 경호관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분명히 국민들은 이 장면과 현실을 오버랩 시켰을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을 그리며
아주경제 이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