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철수] 정부 "작업에 걸림돌" vs 민간잠수부 "억측 주장"...충돌 직전

2014-04-24 16:00

아주경제(진도) 강승훈 기자 = 침몰 여객선 세월호의 사고해역에서 수중 수색작업을 놓고 정부와 민간잠수부 단체가 충돌 직전이다.

고교생 등 모두 300여명이 희생 또는 실종된 상황에서 부적절한 비난을 일삼아 실종자나 유가족에게 더 큰 아픔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24일 진도군청에서 가진 상황 브리핑에서 "(민간잠수부들이)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의 투입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해경이 실종자 수색에 참여 중인 민간잠수부들의 인원을 과도하게 통제한다며 갈등설이 불거진 뒤 이틀만에 나온 정부측 발표다.

지난 22일 팽목항에 모인 민간잠수부들이 대거 철수를 결정했을 당시 갈등설은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해경은 물론 민간측도 효율적 작업 수행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잦은 마찰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병풍도 북쪽에서 민간잠수부가 참여한 수색작업 중 해경이 폭언을 일삼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고무보트를 탄 민간잠수부가 대형 바지선에 오르려는 순간 해경 책임자가 "여기가 아무나 오는데냐"며 욕설을 내뱉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합동대책본부 고명석 대변인은 "지금까지 자원봉사자들의 구조 실적은 없다"면서 "대부분 거센 물살과 제한된 시야로 물속에서 10분도 채 안돼 출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는 입수도 안 한채 사진만 찍고 돌아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지장이 초래됐을 뿐"이라며 민간잠수부와 단체를 싸잡아 비판했다.

고 대변인은 "이런 결정에는 희생자 가족 대표들의 간절한 요청도 반영됐다"고 정부측 입장만을 재차 거들었다. 해경요원의 폭언에 대해서는 "자신의 부하직원을 질책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자 민간잠수부들은 억측 주장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사고 직후부터 상황을 지켜본 한 단체의 구조팀장 A씨는 "해경에 민간 공조를 지속적으로 건의했는데 특정업체와 계약을 맺었으므로 올 필요가 없다고 얘기했다"며 "정 참여하고 싶으면 실종자 가족들을 설득하고 오란 식으로 알려왔다"고 격앙된 톤으로 말했다.

이날 대책본부는 해양사고 전문 구난업체인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Undine Marine industries)와의 계약 사실을 확인시켰다. 

이에 A씨는 "일당을 주고 받는 것은 실종자 또는 희생자를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구조 실적이 전무하다는 대책본부의 발표에 A씨는 "바다에 들어가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민간잠수부 B씨는 "사고가 일어나고 정부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자비로 선박을 빌려 바다로 나가 인명을 살리거나 수중에 뛰어들때도 줄곧 외면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