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막는 액티브 엑스(ActiveX), 국민 78.6% “폐지해야”

2014-03-23 11:14
전경련, 국민 7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 A씨는 주로 맥북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기반의 구형 노트북도 버리지 않고 있다. 수강신청, 은행거래는 물론 피자 시킬 때조차 몇 개씩 깔라고 요구하는 액티브엑스(ActiveX)는 오직 MS의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베이 등 해외직접구매를 즐기는 중국인 주부 B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산 밥솥을 사려고 한국 인터넷쇼핑몰을 방문했으나, 미심쩍은 프로그램들을 한참 동안 깔고 난 후에도 본인인증을 할 방법이 없어 구매는커녕 회원가입조차 불가능했던 것이다.

범정부차원에서 규제 개혁에 노력하는 가운데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액티브 엑스 논란이 뜨겁다. 지난 20일 열린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한류열풍으로 인기 절정인 천송이 코트를 중국인이 못 사는 이유가 액티브 엑스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국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6%가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창조유통을 가로막는 대표적 규제라며, 액티브 엑스 폐지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는 인터넷 사용 시 반드시 다운받아야 하는 각종 액티브 엑스로 인해 불편이나 애로를 겪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온라인쇼핑몰 가입 및 물품구매 79.1%, 은행거래 71.7%, 포털 등 인터넷사이트 가입 38.3%, 연말정산 등 정부서비스 27.3%, 해외사이트 6.3% 순으로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78.6%가 폐지를 찬성한다고 응답, 국민 10명 중 8명이 액티브 엑스 폐지를 매우 찬성 또는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하는 경우는 6.7%(반대 5.0%, 매우 반대 1.7%)에 불과했다. 또한, 84.1%의 국민들은 액티브 엑스를 다운받지 않아도 안전하게 접속 또는 결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액티브 엑스 기반의 국내 인터넷 환경은 쇼핑몰 등 국내 사이트를 이용하는 외국인에게 매우 열악한 구조다. 국내 쇼핑몰 대다수는 액티브 엑스 기반의 공인인증서를 요구하고 있어 크롬, 사파리 등 다른 브라우저를 사용하거나 국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을 방법이 없는 외국인은 이용할 수 없다. 이로 인해 한국은 대표적 IT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총생산(GDP) 대비 온라인쇼핑 비중이 미국, 일본, 중국 등과 비교할 때 5분의1 또는 7분의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전경련은 주장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액티브 엑스가 창조유통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하고 “이 부분이 시정될 경우 7200억 원에 달하는 전자상거래 국제수지적자가 대폭 개선되고, 국내 온라인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