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정부가 10일 발표한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두고 금융권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은 통감하지만, 정부의 통제와 처벌이 지나치다는 불만이다.

무엇보다 개인정보 유출 금융사에 대한 영업정지 제재가 강화된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카드사 탈회 고객들로 인한 영향은 6개월 영업정지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여기에 3개월 영업정지까지 더해져 손실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은 통감하지만 정부 대책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주 계열사간 개인정보를 고객 동의 없이 외부영업에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걱정이 크다.

한 금융지주사의 고위 관계자는 "영업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비중은 생각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영업이나 수익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개인정보 공유 제한으로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객군 분석 등 경영관리 차원에서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영업에 활용하는 비중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영업에 큰 제약이 생겨 수익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의견과 함께 금융지주사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계열사 간 개인정보를 공유한 뒤 텔레마케팅 등을 통해 해당 고객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의 영업활동을 전개해왔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해졌다"며 "특히 텔레마케팅 비중이 비교적 큰 카드사나 보험사 등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그동안 비대면 영업이 과도하게 확장된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조치로 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메일 등을 활용한 영업이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소비자단체 역시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과도하고,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배상명령 제도 등 금융소비자를 위한 구체적인 피해방안이 빠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개인정보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선택과 권한을 늘렸다지만, 개인정보 유출사고 발생 시 구체적인 피해보상 방안에 대한 내용이 빠져 실질적인 대책으로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이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금융사에 대한 지나친 과징금, 제재 등은 금융환경의 숨통을 조이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권한만 늘린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같은 평가에 대해 신 위원장은 "대책의 일환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기존 법체계를 검토하고, 전반적인 균형을 고려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