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현대차ㆍLGㆍSK 4대그룹, '소재 산업'에 핵심역량 모은다
2014-03-10 06:01
글로벌 소재 산업 경쟁에 위기의식 고조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삼성·현대차·LG·SK 등 국내 4대 그룹이 모든 완제품의 기반이 되는 소재 산업에 핵심역량을 모으고 있다. 소재 산업에서 뒤처지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지난 7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소재산업 경쟁력이 중국에 위협을 받을 정도로 약해졌다"면서 "소재별로 국내 개발이 가능한 산업과 해외기술 도입이 필요한 산업을 나눠 장기적인 발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소재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소재 분야의 연구ㆍ개발(R&D)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 최근 삼성이 소재 산업과 관련된 계열사의 사업 분야를 개편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삼성은 연구 인력을 한곳에 모아 계열사 간 소재 기술의 시너지 효과도 노리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수원에 전자소재연구단지를 세우고 삼성전자와 삼성SDIㆍ제일모직ㆍ삼성정밀화학 등 주요 계열사의 연구 인력 3000여 명을 투입, 소재 분야의 R&D 활동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삼성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삼성종합기술원도 오는 6월까지 전자소재연구단지에 입주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기원 연구원들은 삼성 계열사 연구원들과 협업을 통해 소재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에 힘을 모으게 된다.
현대차는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를 통해 고장력 강판과 전장 부품 등의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실제 최근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에는 현대제철이 개발한 고장력 강판이 처음 적용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LG전자, LG화학, 효성, 롯데케미칼 등 전자 화학업체들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LG는 현대차에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효성과 롯데케미칼은 현대차와 함께 차체 프레임에 탄소섬유 복합재를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LG그룹 역시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해 소재ㆍ부품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은 전기차와 스마트카 시대를 앞두고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배터리 부문과 차량용 전장 부품 분야의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인천 청라지구에 인천캠퍼스를 건립하고 스마트카에 적용될 핵심 부품과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향후 LG는 그룹의 핵심 R&D 기지가 될 마곡 LG 사이언스 파크에 오는 2020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11개 계열사 2만여 명의 R&D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올해 R&D 분야에 전년 대비 31% 증가한 5900억원을 투자해 세계적인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석유화학과 정보전자소재, 전지 부문의 기반 기술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적극 창출해 2017년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 글로벌 화학기업 톱3에 오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C, SK케미칼 등 관련 계열사를 주축으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정보전자 소재 산업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에서 3번째로 리튬이온분리막(LiBS) 개발에 성공한 이후 저수축성·내열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으면서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라있다. 향후 SK는 전기차 배터리·정보전자소재 사업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리튬이온분리막, 편광필름, 연성동박적층판(FCCL) 등 첨단 분야의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재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소재 기술의 적극적인 투자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