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의사록] "정부 주택 매수자금 지원책, 가계부채 감축에 역행소지 있어"
2014-03-04 17:53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이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상화 대책이 가계부채 감축과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은이 공개한 3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소비 진작 대책으로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현재 부동산시장은 외환위기 이전의 시대와 달리 가계부채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만큼 부동산시장 상황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고 바람직한 부동산정책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위원은 이와 관련해 "주택 매수자금 지원정책은 가계부채 감축에 역행할 소지가 있는 만큼 자금지원 방안 시행 시 대출상환 유인 강화방안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작년중 21조8000억원 늘어나 전년말 대비 약 7% 증가하고 은행의 가계대출도 다소 낮지만 5% 정도로 늘어났다"면서 "저성장 국면에서 취약 부문의 차입이 계속 늘어나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회복세에 대한 낙관적 자세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재작년과 작년에 경제성장률이 연이어 2%대를 기록한 점을 감안할 때 저성장 이력효과(hysteresis)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관련부서가 이에 대해 "이력효과는 실업이 장기화되면서 구직자가 노동시장으로 재진입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손실로 정의돼 정량화하기 어렵다"고 답하자, 이 위원은 "경기 회복의 탄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정량적 추정이 어렵더라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최대한 이력효과를 추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일부 위원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향후 글로벌 경제 하방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고 과거 100여 차례의 시스템적 금융위기 이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평균 8년이 걸렸음(Reinhart & Rogoff)을 감안할 때 최근 제기되고 있는 경기회복 기대에 대해 조금 더 진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위원은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옮아가기 위해서는 경기회복의 질과 속도가 중요한 만큼 수출의 낙수효과 제고, 자생적 민간소비의 회복 및 기업 설비투자의 확대 등이 긴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에 따라 관련 부서에 "수출의 주가(株價) 및 임금 경로를 통한 국내경제에 대한 낙수효과, 이를 높이기 위한 정책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