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4 결산] '도전 받는' 한국, ICT도 중화바람 거세다

2014-03-02 14:54

삼성전자가 MWC에서 공개한 웨어러블 삼성기어핏이 '최고 모바일제품'에 선정됐다. 삼성전자 IM부문 신종균 사장이 언팩 행사에서 삼성기어핏을 소개하는 모습.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처음엔 중저가 물량공세, 시장을 진흙탕 싸움으로 끌어내리고 기술도 야금야금 따라온다.

기술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고속 성장하는 패턴은 이런 식이다. 대표적으로 기술장벽이 높다던 폴리실리콘에서 중국이 세계 최상위권으로 도약한 태양광을 들 수 있다. 이제는 모바일 중심의 ICT 산업에서도 그러한 흐름이 감지된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도 프리미엄 신제품의 기술 혁신 속도를 늦추면서 중저가 시장에 대응하려는 전략 수정이 엿보인다.

하지만 태양광 시장도 중국발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긴 불황을 겪고 있다. 그러면서 자국 정부의 전략적 지원에 힘입은 중국 대기업들이 선발주자들을 쉽게 따라잡았다. 따라서국내 기업이 중국 기업의 맹추격을 따돌리려면 단순히 가격대응이 아닌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도 중국 정부의 자국기업 편들기로부터 국내 ICT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 뜨는 수요가 중국편

지난 24일부터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는 ZTE,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 모바일의 하드웨어 성장이 부각됐다. 또 범용화된 퀄컴 LTE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글로벌 마켓 진출을 추진하는 특징도 나타났다.

이러한 중국 기업의 성장은 견고한 자국 수요를 바탕으로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 팔린 스마트폰은 약 10억대, 그 중 중국이 약 3억5400만대로 1/3이 중국에서 팔렸다. 그럼에도여전히 중국에는 수억명의 휴대전화 가입자가 구형 전화기를 사용하고 있어 향후 시장 발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올해부터 LTE 서비스 도입으로 2016년에는 스마트폰 보유량이 7억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수요는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 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22%에서 4분기에는 19%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 기업은 대부분 점유율이 상승했다.

코트라 항저우 무역관 관계자는 “중국인 소비자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다”며 “2000여 위안(약 36만 원)이면 중국 스마트폰을 살 수 있고, 터치스크린, 고해상도 카메라 등 성능이 외국제품에 뒤지지 않는데, 왜 비싼 삼성과 애플 스마트폰을 사겠냐는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 진흙탕 뒤엔 잡힌다

결국 이러한 중국 수요를 차지하기 위해 공급시장은 점점 가격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2013년 세계 스마트폰 평균단가는 337달러로 2010년 444달러, 2012년 387달러에서 큰 폭 하락했다. 2017년에는 265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MWC 전후로도 국내외 모바일 기업들은 보급형 스마트폰을 쏟아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노트3 네오와 갤럭시 코어 LTE 등을 공개하며 대화면‧LTE 스마트폰의 대중화 전략에 나섰다. LG전자도 3.2~4.7인치까지 인치별 다양한 3G 제품을 내놨다.

해외경제연구소는 “중저가형 모델이 늘어나고 스마트폰 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차별화가 줄어듦에 따라 제조업체간 가격, 마케팅 경쟁이 더욱 심화되면서 단가, 마진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 양다리의 고민

국내 기업들은 중저가 시장과 하이엔드 시장 사이에서 고민하는 흔적도 엿보인다. 중저가에 대응하다보니 하이엔드 제품의 기술 발전 속도가 늦춰진 게 사실이다.

일례로 삼성전자 갤럭시S5의 언팩에 대한 예상이 빗나가며 결국 QHD 제품은 등장하지 않았다. 1년 전 최고 수준의 해상도를 아직까지 모든 업체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장 박종석 사장은 “고객이 필요로 하고 그 기술을 구현함에 있어, 그 기술의 원가 상승 유발 현상이 일어나는 게 사실”이라며 “그런 것을 고려해 적용 가능한 것을 (신제품에)적용했다”고 말해 단가와 기술혁신 사이의 고민을 드러냈다.

◆ 빅데이터가 바꾼 제품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분석력이 높아지면서 소비자 만족도와 편의성에 집중한 제품들이 나오고 시장별로도 제품이 세분화되고 있는 것은 다른 국가 기업들과 차별점이다.

갤럭시S5와 G프로2의 경우 셀카를 많이 찍는 아시아 소비 성향을 고려해 카메라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 이와 달리 소니의 엑스페리아Z2는 4K 비디오 등 동영상 기능에 집중했으며, 중국 업체들의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향상은 돋보이지만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개선 여지가 많으며 “퍼포먼스가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 웨어러블 압도한 삼성

이번 MWC에서는 또한 중국 업체들이 웨어러블 경쟁에 가세했지만, 삼성전자가 기습적으로 삼성기어2, 삼성기어2네오, 삼성기어핏 신제품을 잇따라 발표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가장 혁신적이고 인상적인 단 하나의 제품을 뽑는 MWC ‘최고 모바일 제품’에 삼성기어핏이 선정된 것이다.

◆ 이통사들 사물인터넷 보여

모바일 제품이 자동차 및 TV 등 스마트홈 연동의 사물인터넷 기술을 개발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은 이와 연계한 수익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MWC에서도 삼성전자 갤럭시S5의 ‘카 모드’ 기능과 LG전자의 G시리즈 ‘퀵 리모트’ 등 사물인터넷 기술이 선보여졌다.

이와 관련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사물인터넷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까 막연했는데 이제는 수익성이 보인다”며 “이번 MWC에서 사물인터넷 산업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제조사는 관련 장비를 파는 게 목적이지만 우리는 그것으로 어떻게 수익을 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까운 미래에는 사람, 사물 모든 게 ICT로 결합될 것”이라며 “결국 이게 스마트 2.0시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