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반발에 우리금융 이사회까지 발목…지방은행 매각 '지지부진'

2014-01-13 16:28

▲ 경남은행 3급 이상 부점장 및 관리자들이 지난 10일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경남은행 사수를 위한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순탄할 것만 같던 우리금융 민영화가 계열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 과정에서 암초를 만났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BS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로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돼 실사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 및 노조 반발에 이어 우리금융 이사회도 정부와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 과정에서 가장 관건은 세금 문제 해결이다. 현행법상 우리금융은 지방은행 분할에 따른 법인세 등 6500억원의 세금을 물게 돼, 금융당국은 이를 면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개정안을 추진중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이 법안은 2월 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관계자는 "이미 여야 합의가 다 된 상태이고 조세소위 회의록에도 2월에 처리하는 것으로 명시돼있다"면서 "사실상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거의 다 통과된 것이었는데 지역 출신 정치인들 때문에 처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은 지금도 광주지역 출신과 연계해 조특법 개정안 처리를 막겠다는 입장을 강력히 내보이고 있다. 타 지역 지주에 지방은행을 내주느니, 매각을 무산시키겠다는 입장까지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와중에 박영빈 경남은행장도 지역환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10일 사퇴했다. 

실제로 우리금융 이사회가 지방은행 분할계획을 변경하면서 매각 무산 가능성도 생겼다. 조특법 개정에 실패해 세금을 물게 되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민영화 취지에 어긋나게 된다. 이사회는 이에 따라 매각 중단과 조특법 개정안 무산이 동시에(and) 이뤄져야지만 분할 철회가 가능했던 것을, 한 조건만 충족되더라도(or)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조특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지방은행을 팔지 않겠다는 뜻과 같다.

이사회와 일부 국회의원 측에서는 지방은행의 지역 환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 사례 등으로 미루어보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얘기다. 

이 헌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금융 민영화는 공기업의 민영화와 관치금융으로부터 탈피라는 의미에서 작은 정부와 자유시장주의에 부합하고,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자는 목적도 있다"면서 "국가이익에 반하고 지역 민심과 표만을 의식해 입법을 저지하는 국회의원은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지방의원이라고 불러야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경남 지역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경남은행은 3급 이상 부점장 및 관리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투쟁을 결의했다. 경남도는 경남은행에 예치한 도금고 해지 절차에 착수했고, 창원시 역시 시금고 약정 해지를 검토중이다. 

김영기 경남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21일로 예정된 BS금융의 실사를 절대적으로 막을 것"이라며 "조특법 개정안도 아직 국회에 계류중이므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은행 노조는 BS금융의 실사 예정일인 21일부터 매주 3일간 본점 앞 집회와 마산, 창원 등지에서 게릴라 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