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증권사에 필요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2014-01-05 10:00
닭의 사명은 화려한 벼슬을 자랑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알을 낳고 보살피는 데 있다는 뜻으로 사회 고위층은 누리는 명예만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치는 특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 크게 빛을 발한다.
최근 증권사 위기 상황 속에서 유화증권 오너일가의 ‘통 큰 기부’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4일 윤장섭 유화증권 명예회장의 동생 윤대섭 성보화학 회장을 비롯해 박연진, 윤수현, 윤태현 씨 등이 서울대학교 발전기금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기부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엔 윤장섭 명예회장이 자신의 모교인 고려대학교에 유화증권 우선주 1만주를 기부했다.
윤 명예회장 오너일가가 기부한 주식가치는 기부일 종가 기준 약 14억원에 달한다. 2012년 기준 유화증권 당기순이익이 128억원임을 비춰보면 오너 일가는 기업 연간 순이익의 10% 넘는 돈을 기부한 셈이다.
반대로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오너일가의 보유 주식을 계열 비상장사에 증여한 곳도 있다.
고(故) 김연준 한양증권 창업주의 배우자인 백경순 씨는 최근 한양증권 보유지분 7.78% 전량을 공익법인 한양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종교관련 신문사에 증여했다.
이 신문사는 백 씨의 아들 김종량 한양대학교 이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곳이다. 이번 증여로 김 이사장은 직접 증여세를 내지 않고도 한양증권에 대한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동양증권 사태 등을 겪으며 증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많이 무너졌다. 증권사 내부적으로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며 직원들은 시련의 계절을 겪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증권사 오너일가의 책임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