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543번째 작품을 꿈꾸는" 영원한 젊은 오빠 신성일
2013-11-13 16:36
"20년만의 주인공 위해 체중 6㎏ 감량"
신성일 [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한국 영화 역사와 함께 나이를 먹은 77세의 노배우 신성일은 여전히 청춘에 사는 듯했다.
영화 ‘야관문:욕망의 꽃’(감독 임경수·제작 비욘드필름에이트웍스·이하 야관문)의 개봉을 맞아 지난 8일 서울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만난 신성일은 “내가 늦은 덕분에 예쁘고 젊은 배슬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신성일은 야관문에서 죽음을 앞두고 20대 간병인 연화(배슬기)에게 욕정을 품는 종섭으로 분했다. 영화 ‘증발’(1994) 이후 20년 만의 주인공이다. 말기 암의 종섭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운동으로 다진 근육을 빼고 체중을 6㎏ 감량했다.
신성일 [사진=이형석 기자]
야관문은 신성일에게 542번째 출연작이자 507번째 주연작이다. 이제는 이골이 났겠다고 물으니 고개를 젓는다.
“배슬기 앞에서 티를 낼 수 없어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굉장히 긴장했고 두려웠다. 20년 만의 복귀작이니까. 시사회 끝나고 저명한 영화 평론가들이 ‘오랜만에 격조 있는 영화가 탄생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우고 나서야 안도했다”는 신성일은 칭찬받은 어린아이처럼 으쓱해 했다.
애인과의 세계 일주 모험담을 늘여놓으며 “내년이면 결혼 50주년이니 마누라와 여행을 갈까 한다”는 이야기를 ‘젊은 오빠’ 신성일이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빼곡한 백발도 그의 붉은 기운을 감추진 못했다.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 사랑이지. 삼시 세끼 좋은 것 챙겨 먹고 애인도 만나고…. 싫어하는 사람이랑 붙어 있을 필요 있나. 싫어하는 사람도 떨어져 있으면 애틋해져. 좋은 사람도 붙어있으면 미워지는 거고.”
1960년 영화 ‘로맨스 빠빠’로 데뷔해 반세기가 넘게 한국 영화를 지켜온 그의 사전에 은퇴라는 단어는 없는 듯 보였다. “드라마야 이순재 형님이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노배우 기근이 심해. 그런 의미에서 야관문은 나에게 선물 같은 작품이지. 영화배우 신성일의 존재를 관객에게 떠오르게 했으니까…. 이번 작품을 하면서 ‘아, 그래도 몇 작품은 더 할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겼어. 내 543번째 작품이 뭐일지 기대가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