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골퍼, 미국PGA투어 진출길 넓어진다

2013-11-04 11:30
내년 ‘PGA투어 차이나’ 출범…상금랭킹 ‘톱5’에 들면 웹닷컴투어 시드받아

 
미국PGA투어와 중국골프협회 로고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 한국 남자프로골퍼들이 만리장성을 징검다리삼아 미국PGA투어에 진출하는 길이 열렸다. 미PGA투어와 중국골프협회(CGA)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PGA투어 차이나’가 내년 3월 공식 출범하기 때문이다.

 팀 핀첨 미PGA투어 커미셔너는 3일 월드골프챔피언십 HSBC챔피언스가 열린 중국 상하이의 쉬산인터내셔널G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PGA투어 차이나는 중국의 우수한 선수들에게 큰 대회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것”이라며 “여기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세계무대로 뻗어나가기를 바란다”고 투어 창설 배경을 설명했다.


 PGA투어 차이나는 라티노아메리카 PGA투어, 캐나다 PGA투어에 이어 미PGA투어가 해외에서 치르는 세 번째 프로골프투어다. 내년에는 중국 전역에서 12개 대회가 열리며 대회당 20만달러(약 2억1000만원)의 상금이 걸린다. 투어 출전선수들을 가리기 위한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는 내년 1월 치러진다. 여기에는 중국 뿐 아니라 한국·태국 등 아시아 선수들도 출전할 수 있다. 미PGA투어측은 시즌 상금랭킹 상위 5명에게 이듬해 미PGA 2부(웹닷컴)투어 시드를 부여할 계획이다.

 미PGA투어는 2013시즌에 Q스쿨 제도를 없애고 웹닷컴투어를 통해 멤버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웹닷컴투어에서 실력이 검증된 상위 랭커들에게만 투어카드를 부여한다.

 PGA투어 차이나가 출범하게 되면 한국 남자골퍼들의 미국 진출 관문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선수가 미PGA투어에 진출하는 길은 △웹닷컴투어에서 상위성적을 내거나 △미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투어 멤버의 시드유지권을 능가하는 상금을 따내는 것 등이다. 마지막 카테고리는 ‘스페셜 템퍼러리 멤버’라고 불린다. 세계랭킹 상위권에 드는 선수가 미PGA투어 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많이 따면 가능한 케이스다. 지난해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가 그랬고, 올해는 태국의 키라데크 아피반랏이 이 카테고리에 근접했다. 한국선수가 이 케이스로 미국 무대에 진출한 적은 없다.

 내년 PGA투어 차이나가 시작되면 한국선수들이 상금랭킹 5위안에 들어 웹닷컴투어로 직행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 웹닷컴투어에서 한햇동안 좋은 성적을 내면 세계 최고의 프로골프투어인 미PGA투어카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미국 진출의 중간 거점으로 일본골프투어를 택했던 선수들이 중국쪽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중국 골프국가대표팀 자문코치인 프로골퍼 그레그 노먼(호주)은 “앞으로 한 세대 안에 골프는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 융성할 것이다. 특히 14억명의 인구를 갖고 있는 중국이 골프에 빠지면 골프는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며 “미PGA투어를 위해서도 현명한 결정이다”고 반겼다.
 
아시안투어의 간판 골퍼 키라데크 아피반랏(태국)이 월드골프챔피언십 HSBC챔피언스 첫날 티샷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