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피해 한국온 日작가 고바야시, 전시 시작전 작품 품절

2013-09-04 16:14
5일부터 통의동 아트사이드에서 개인전

Emergency Evacuation_Acrylic on canvas_259x194cm_2013.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이 불황에, 작품이 다 팔렸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에서 5일부터 개인전을 여는 일본작가 히로시 고바야시의 작품이 화제다.

아트사이드갤러리는 "전시가 시작 되기도전에 이미 작품 상당수가 중국과 대만의 수집가들에게 팔렸다"고 밝혔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중국컬렉터들에게 사랑을 받는걸까.

전시 작품들은 일단 귀여움과 푸른빛으로 눈길을 끈다. 테디베어등 화면에 담긴 인형들은 하이퍼리얼리즘이다. 북슬북슬한 느낌의 털까지 세밀하게 잡아내 영락없는 사진 같기도하다.

2009년에 이어 4년만에 내놓은 작품들은 우울한 과거의 촉수들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불안감에 7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도쿄에서 더는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었어요."

그는 가족을 방사능 위험권에서 벗어나 있는 처가로 보내고 자신은 한국으로 왔다.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세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작가는 지난 2년간 가족과 떨어져 한국에서 작업에 매진했다.

“원전사태 이후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도쿄를 떠나왔는데 한국에 오면서 비로소 모든 것을 잊고 작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는 “원전 사고 후 집을 잃고 다른 나라에서 작업을 시작했지만, 즐겁게 하고 싶어 연주하는 인형을 화면에 넣었다”고 했다.

흰색을 배경으로 땅에 닿지않고 부유하듯 떠있는 인형들은 푸른 그림자까지 달고 4차원과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품 '비상 대피'는 일본의 대지진 때를 상상케해준다. 방향을 잃은 인형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허공에 떠 있고, 유모차에서는 아기 인형이 밖으로 튕겨 나오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작가는 전시를 위해 각 작품에 담은 자신의 생각을 짤막한 시로 표현해 도록에 함께 실었다.

‘비상 대피’에 붙인 시 ‘피난에 관한 우화’에서 그는 “사람들은 이미 그것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따라서 그것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그 사건에 대해 국가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 또한 사람들은 빨리 잊었다/ 그래서/ 나는 내 평생/ 이것을 잊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고 털어놓는다.
The Birth of Music, Acrylic on canvas, 181.8x227.3cm, 2013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공중에 떠 있는듯한 인형들은 뮤지컬의 극적인 장면을 스틸컷으로 옮겨놓은 것처럼 운동성을 보인다. 마치 연주하고 있는듯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사진의 매끈함과 회화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그림”이라고 자신의 그림을 설명한 고바야시는 전시를 마치고 오는 10월께 2년간 떨어져 지냈던 오키나와에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고바야시는 한일 월드컵이 있었던 2002년 일본 정부 지원으로 뉴욕과 인도 등에서 레지던시를 참여하면서 다양한 작가적 역량을 발휘했다. 이때 도쿄 시립미술관에서 정부 지원으로 해외 레지던시에 참여했던 영향력 있는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했고 히로시 고바야시도 이 전시에 참가했다.
2007년부터 아트사이드 갤러리의 전속 작가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왔다. 2008년 베이징 레지던시를 거쳐 아트사이드 베이징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홍콩 크리스티 등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유명세를 타고있다.

이번 개인전은‘파라루미나(Paralumina·빛 너머)’를 타이틀로 회화 30여점을 오는 10월 6일까지 선보인다.(02)7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