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원양산업의 재도약을 꿈꾸며

2013-08-13 18:26
손재학 해양수산부 차관

손재학 해양수산부 차관


원양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함께 성장해온 소중한 자산이었다.

1960년대, 배고팠던 국민에게는 동물성 단백질의 소중한 제공처였고, 가난했던 국가에는 외화 획득의 주요 수단이었다. 비록 규모가 줄기는 했으나 지금도 여전히 우리나라는 세계 7위(참치 어획량 기준·FAO 2011년 통계)의 원양대국이다. 344척의 원양어선이 연간 약 60만t의 수산물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생산국인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원양산업이 위기를 맞이하기 시작하였다. 어족자원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중국·대만 등 경쟁국가와의 조업경쟁은 날로 치열해져만 갔다. 국제사회는 한정된 수산자원의 지속적인 이용을 위해 기존 원양어업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국제사회가 꺼내든 카드는 불법어업 통제였다. EU·미국 등 나라들은 자국법을 통해 불법어업을 엄격히 규제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린피스 등의 환경단체들은 세계 곳곳에서 불법어업 감시활동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제 국제적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우리나라 영해가 아닌 곳에서의 조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불법 원양어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했다. 불법어업으로 얻는 부당이득이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름에도, 과태료를 500만원 이하 수준으로만 부과해 왔던 것이다. EU는 불법어업에 대해 수산물 가액의 최소 5배, 반복 시 8배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고, 미국은 일당 10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불법어업 근절을 위한 우리나라의 제도적 기반이 취약했다는 이야기다.

이제 우리도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책임 있는 조업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자원보전과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만 한다. 불법 원양어업을 근절하기 위하여 새로운 정책적 변화를 모색할 때가 온 것이다.

지난 7월 30일, 불법 원양어업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원양산업발전법' 개정 법률이 공포되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첫째, 불법어업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었다. 불법어업으로 얻은 이득이 효과적으로 환수될 수 있도록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불법어업으로 얻은 수산물 가액의 최대 3배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되었다. 과징금도 기존 3000만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대폭 상향 조정되었다.

둘째, 어선위치추적장치의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내년 중으로 어선조업감시센터가 설립되면 어선위치추적장치를 이용하여 24시간 불법조업 감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셋째, 항만국 검색제도가 강화되었다. 불법어획물이 국내에 반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기존에는 국제수산기구의 관리어종을 적재한 선박의 경우 등 일부 경우에만 항만국 검색을 실시했으나, 앞으로는 불법어업 의심 선박의 경우에도 실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강화되었다.

물론, 규제 강화로 인해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된 측면도 있다. 우리 원양업계의 82%는 영세 원양선사이다. 이들은 입어료 인상, 유가 급등, 글로벌 기업과 세계 각국의 치열한 수산자원 확보 경쟁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94년 유엔 해양법이 발효되면서 연안국의 권한은 확대되었고, 조업국의 의무는 강화되었다. 저마다 다른 국제지역수산기구의 규제 또한 날로 강화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원양선사들이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원양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먼저 정부는 관세 감면을 통한 합작어업과 어법 전환을 유도하여 업체들이 보다 유연하게 국제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국제옵서버를 확충하고, 어선원에 대한 관련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1957년, 단 한 척의 배로 닻을 올렸던 우리의 원양어업이 오늘의 원양대국을 이뤄낸 저력으로, 원양산업의 미래를 향하여 다시 한 번 힘차게 전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