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전자업계 거대시장 인도 놓고 ‘신경전’
2013-07-25 08:27
인도 "소니 등 日 업체 불공정 경쟁" 지적에 삼성·LG전자 동참, 시장 주도권 다툼 치열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소니 등 일본 전자업체가 동남아시아에서 제조한 전자제품을 인도로 들여와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태에 대해 인도 전자업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인도에 전자제품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국내 기업도 이같은 움직임에 적극 동참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24일 관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인도 소비전자가전제조상협회(CEAMA)는 일본 전자업체들이 인도 내에서 불공정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상무부 등 관련 부처에 항의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일본 전자업체에 대해 정부가 조사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인도 전자업계는 소니와 도시바 등 일본 업체가 인도와 아세안(ASEAN)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인도는 동남아 국가들의 연합체인 아세안과 FTA를 체결하면서 아세안 회원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인도에 수출할 때 관세 우대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인도에 생산기지가 없는 일본 업체들은 이 조항을 활용해 태국 등 동남아에서 생산한 TV 제품을 무관세로 인도로 들여와 염가 판매를 하면서 매출 및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CEAMA 관계자는 “인도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루피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업체들이 염가 판매에 나서면서 10~12%의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이는 인도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업체에 불리하기 때문에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항의서 제출에는 비디오콘 등 인도 업체는 물론 인도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동참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도 내 유관 협회가 자국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인도에 제조 기반을 갖고 있는 기업을 옹호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참여한 것은 맞지만 주도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LG전자 관계자도 “(항의서 제출에 동참했지만) 일본 업체들을 인도 정부에 제소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본 업체들이 염가 판매 등의 방식으로 인도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데 대해 국내 업체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인도가 대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향후 인도 시장 내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인도 매출 증가율을 27% 가량으로 정하고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인도 TV 시장에서 30%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LG전자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인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트라는 인도 가전시장 규모가 오는 2015년까지 12조5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항의서 제출은 인도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내 업체와 일본 업체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