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대책 후속조치> 주택공급 줄여 실수요자 유도… 거래절벽 해소엔 한계
2013-07-24 18:32
시장 활성화 의지… 심리 호전 전망<br/>후분양 유도는 자금 리스크 우려 커
아주경제 권이상·권경렬·노경조 기자=정부가 공공분양 및 민간주택의 수급 조절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부동산시장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공급 물량이 감소하게 되면 수요자들의 심리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사들의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후분양 도입 및 유도 정책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건설사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후분양 특성상 자금과 리스크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의 경우 임대시장 안정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구체적 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연내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공 물량 축소, 수요자 심리 호전 기대
국토교통부가 24일 발표한 4·1 부동산 대책 세부실행안에 따르면 고양 풍동2지구 지구지정을 취소하고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 지구면적을 줄여 2만9000가구의 공공주택을 줄이기로 했다.
사업이 진행 중인 지구는 공공분양주택 비율을 축소하거나 일부 사업승인하고, 민간 분양주택 택지 공급시기를 연기해 2016년까지 9만가구의 사업승인 물량을 축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경우 4년간 총 11만9000가구의 공공분양주택 사업이 축소 또는 연기된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의 공공분양은 시장수요와 과잉공급 등을 감안하지 않은 일률적인 물량공급에 지나지 않았다"며 "오히려 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계획을 어그러뜨리기도 해 공공물량 축소는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주택 공급 축소·조정이 정부의 시장 활성화 의지를 보여주는 시그널로 작용해 부동산 심리를 호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서민들의 내집 마련 출구가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공공물량이 시장에 왜곡을 줄 만큼 과잉 공급된 것은 사실이지만 서민들을 오히려 전세시장에 눌러앉게 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건설사들은 민간분양주택 택지 공급시기까지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택지 구입이 어려운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진행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시욱 삼성물산 분양팀 소장은 "건설사들이 택지를 분양받았다고 바로 사업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공택지의 분양가를 더 저렴하게 공급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춰 부동산경기 활성화의 토대를 쌓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후분양 유도해도 "리스크 너무 커"
민간 건설사 분양 주택의 보증을 강화하고 후분양 제도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분양보증 심사 시 분양성 평가비중을 현 30%에서 50%까지 확대하고 분양 예정 또는 미분양 물량을 준공 후 분양으로 유도하는 방안은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의 사업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어려운 건설사의 경우 분양성이 좋은 곳에 사업을 추진할 때 대한주택보증의 지급보증을 통해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 소형건설사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과 관계없이 후분양을 통해 최대 60%까지 건설자금을 안정적으로 지원받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단 분양성 평가 기준이 모호해 분양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S건설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분양성을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임의적인 기준으로 공급물량을 줄이겠다는 의미 같다"고 풀이했다.
미분양 누적지역의 분양예정·미분양 물량을 후분양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자금과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H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사업은 토지대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재고 토지를 갖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신규사업을 후분양하기에는 자금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공공임대 확대, 알맹이 없는 조치
공공주택 1만7000호 조기 입주와 판교 순환용 임대주택 1869호 9월 입주 등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대해서는 알맹이가 없는 조치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팀장은 "조기 입주 지역 등 세부 내용이 자세히 포함되지 않아 효과를 예측할 수 없고, 물량도 2만호가 채 되지 않아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반기 전세 수급 안정을 위한 매입·전세임대 3만6000호 공급의 경우에도 부정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공공임대 공급 확대는 전세난 해소보다는 사실상 저소득층에 국한된 혜택"이라며 "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개인 및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위한 양도세 중과 폐지, 세제 지원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팀장은 8월 중 출시되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에 대해 "아직 상품이 출시된 것이 아니라서 효과를 가늠할 수 없고, 소득이 공개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세제혜택이 과연 임대인에게 유리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