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로 쌓아올린 현대重 노사 무분규 19년

2013-07-19 13:36

이재성 사장(오른쪽)과 김진필 노조위원장이 19일 열린 현대중공업 임금협약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19일 임금협약 조인식을 통해 현대중공업 노사는 19년 연속 무분규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올해 노사 합의내용은 △기본급 3만5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격려금 통상임금 200%+300만원 △사내근로복지기금 30억원 출연 △노동조합 휴양소 건립 기금 20억원 지원 △임직원 사망 시 1억원 지원 △사내협력사 근로자 처우 개선 노력 전개 △전력난 해소를 위한 특별휴가 1일 부여 등이다.

기본급의 경우 지역의 물가인상률(1.6%)을 커버하는 정도로 전년보다 다소 부족한 수준이다.

이는 IMF경제위기와 같이 전 국민이 공감하는 심각한 위기상황이거나 비상경영체제 선포를 통한 기업 내부의 구조조정 등의 상황이 아니면, 노동조합이 이 같은 회사의 안을 수용하고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큰 잡음 없이 협상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배경에는 지난 18년 동안 꾸준히 쌓아온 신뢰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노사 간 협상에서 노조는 회사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조합원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선명성을 주장하는 것은 물론 회사로부터 더 많은 것을 쟁취하고자 하는 자세를 취하고 회사의 경영상황을 불신하는 것이 기본적인 패턴이다.

최근 조선업계가 글로벌 경제 불황과 국내 경기의 침체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사업군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경우에도 일부 사업부문의 부진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일감부족 등의 우려가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행된 임금교섭에서 사측은 노조측에 회사의 경영상황을 진솔하게 설명하였으며, 노조는 회사의 가감 없는 설명을 신뢰했다.

또한 현대중공업 노사는 매년 초 노동조합 간부와 대의원을 대상으로 각 사업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본부장들이 직접 나서 각 사업본부의 실적과 시장에서의 유·불리한 점 등을 설명하고 공감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노사간 신뢰구축’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구성원 모두가 회사의 경영사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회사의 진정성과 노조의 이해와 신뢰, 조합원의 성숙된 의식을 신장시키는 것으로 이어졌다.

노조와 조합원이 회사의 당면한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믿어줌으로써 부족한 안임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원만히 마무리한 것은 19년 무분규와 함께 매우 의미 있는 양보교섭이라고 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렇듯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성숙된 협상 문화’는 19년 무분규 역사의 원동력이 됐으며, 나아가 동종업계의 원만한 협상 마무리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