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살인 누명 옥살이’ 26억원 배상 판결

2013-07-16 16:15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군사독재 시절 경찰 간부의 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15년간 옥살이를 한 정원섭(79)씨가 국가로부터 26억여원을 배상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박평균 부장판사)는 정씨와 그의 가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6억3752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만화가게를 운영하던 정씨는 지난 1972년 9월27일 강원 춘천시내 한 논둑에서 당시 춘천파출소장의 딸(당시 9세)을 성폭행하다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건 발생 당시 내무부는 이 사건을 ‘4대 강력사건’으로 규정하고 시한을 정해 범인을 검거하지 못할 경우 관계자를 문책하겠다는 시한부 검거령을 내렸다.

경찰은 정씨를 범인으로 지목 후 현장에서 발견된 연필과 빗이 정씨의 것이라고 증거를 들이밀었다. 이에 정씨의 아들은 연필은 자신의 것이고 빗은 가게 종업원의 것이라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정씨를 비롯해 만화가게 종업원과 이웃을 수차례 고문한 끝에 정씨로부터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정씨는 결국 1973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고 광주교도소에서 복역하다 1987년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정씨는 2007년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과 2009년 법원의 재심판결을 통해 누명을 벗었고 이를 근거로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구금 1년도 안 돼 아버지가 충격으로 사망했고 가족들도 주위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동네를 떠나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며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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