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 지갑 닫는 가계 늘었다…"구조부터 개선해야"
2013-07-09 17:31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가계 소비 규모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장기적인 경기 악화로 가계들이 지출을 꾸준히 줄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등 제약요인이 많아 소비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가계 소비지출, 4년만에 감소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 소비지출액은 272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8% 감소했다.
소비지출이 전년동기와 견줘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있었던 지난 2009년 1분기(-3.7%) 이후 4년만에 처음이다. 신학기 등으로 통상 1분기에 지출 증가규모가 확대돼 왔음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이례적이다.
실제로 교육비 지출이 크게 축소됐다. 1분기 가계의 교육비 지출액은 월평균 37만1665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1% 줄었다.
이와 함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1.2%)와 주류 및 담배(-1.0%), 보건(-1.3%), 음식·숙박(-0.1%), 기타 상품 및 서비스(-10.8%) 지출이 모두 감소했다.
그나마 증가세를 지속한 교통, 통신 등도 증가규모가 축소됐다. 교통의 지출 증가규모는 지난해 4분기 11.2%에서 올해 1분기 3.6%로 크게 낮아졌고, 통신은 4.3%에서 2.2%로 축소됐다.
앞서 통계청은 1분기 소비지출 감소의 원인에 대해 정부의 보육비 지원, 약가 일괄인하 등의 정책 효과를 꼽았다. 하지만 소비 부진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은 불황과 가계부채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백화점·마트 매출도 줄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 상황만 살펴봐도 불황의 그늘을 쉽게 알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화점의 전년동월대비 매출은 지난해 12월 0.2%에 이어 올해 1월 8.2% 감소했다. 2월과 3월 각각 1.7%와 7.5% 늘긴 했으나 4월 또 다시 1.9%로 줄어들었으며 5월은 1.0% 증가에 그쳤다.
대형마트의 매출은 지난해 12월 5.0%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월 24.6%나 줄어들었다. 2월 8.9% 증가하긴 했으나 3월 4.4% 줄어들고 4월 9.8%로 감소폭을 확대하면서 증가분보다 더 떨어졌다.
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 현재 961조6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89.2%에 달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74.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경기적 측면의 요인과 가계부채 증가, 고령층의 소비성향 하락 등 구조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가계가 지갑을 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김완중 연구위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민간소비 부진의 원인으로 △경제 및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 △가계부채 △급속한 고령화 △고용부진 및 영세자영업자 증가 △양극화 현상 심화 △고정 및 비소비 지출 증가 등을 꼽았다.
◆ 소비 부진 '장기화'…대책 마련 시급
정부와 한은 등은 올해 경제상황을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형태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소비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우선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알 수 있는 소비자동향지수(CSI)는 6월 현재 소비지출전망 CSI는 106으로 전월과 동일했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로 따져보면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째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심리가 이처럼 위축된 것은 대외 불확실성 확대, 저성장 우려에 따른 불안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등 구조적인 요인을 개선해야 소비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임 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률 자체가 낮아진 데다가 성장이 되더라도 낙수효과가 크지 않아 가계의 소득이 늘질 않고 있다”면서 “소득이 줄어도 진 빚에 따른 원리금 상환을 계속 하려니 소비에 사용가능한 여력도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가계 중심의 민간부문의 소비 부진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계부채 및 주택시장 연착륙 유도 등으로 소비여력을 확충하고 물가불안 관리 강화, 일자리 확충 및 서비스업 생산성 향상 등으로 고령층의 소비 둔화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