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인상에 대출자들 울상…어찌하리오
2013-07-07 16:44
아주경제 이수경·박선미 기자= # 직장인 김영석씨(35)는 최근 고민이 늘었다. 집을 구입하면서 받았던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제 대출금리가 올라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면 김씨가 내는 이자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김씨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담하고서라도 대출을 갈아타기로 마음을 먹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해 시장금리가 출렁이면서 은행권 금리가 상승세로 방향을 튼 모습이다.
특히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전방위적으로 올리면서 향후 대출자들의 빚 상환에 대한 부담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가능한 빠르게 빚을 상환하거나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꾸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대출금리 줄줄이 인상…가계부채 악화에 일조
7일 현재 국민·신한·하나·외환·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직장인 신용대출에 대해 최소 0.03%포인트에서 0.11%포인트 금리를 올렸다. 현재 이 상품의 금리는 최소 4%대 중반에서 7%대 초반에 분포돼 있다.
하나은행은 코픽스 연동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도 기존 연 3.51~4.47%에서 연 3.54~4.58%로 올렸다.
또한 5월 중순에 3.7~4.0%대 수준을 기록하던 은행권의 적격대출 금리는 현재 4.5%대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도 이달부터 0.2%포인트 인상됐다.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시장금리의 가파른 상승세 때문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유동성 축소 우려로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급등하는 양상을 보인 바 있다. 이에 고정금리 대출인 적격대출 금리도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변동금리라고 해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시장금리의 상승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의 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코픽스는 예·적금,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한다.
대출금리의 상승은 대출자들의 빚 부담을 높여 연체율 상승 등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가계부채 구조상 변동금리 대출과 거치식 일시상환 형식의 주택담보대출이 많다는 점도 악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5월 말 현재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39.5%를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9%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정금리도 오르긴 했으나 곧 CD나 코픽스 금리도 상승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추가대출을 받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고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치기간을 두고 이자만 갚는 식의 대출은 거치기간이 끝나고 원금상환이 시작되면 어려워지게 마련"이라며 "만기가 길고 비거치식 원리금 균등상환으로 설정하는 것이 대출자들로서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본인의 상환시기에 맞는 금리 선택해야"
전문가들은 대출자의 상환 시기와 비용 부담 등을 꼼꼼히 따져 갈아타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종완 기업은행 개인여신부장은 "버냉키 발언으로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올랐으나 다시 진정되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역시 동결기조가 강해 대출금리 추가상승 여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출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대출자라면, 중도 상환수수료를 물어도 손해나지 않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김 부장은 "(대출받은 시점이) 2년 6개월 정도 지났다면 수수료 부담은 줄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수수료 비율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출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는 대출상환액의 1.5% 이내의 중도 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1~3년 단기간 대출을 받으려는 신규 대출자의 경우 역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 것이 좋다. 고정금리는 변동금리에 비해 현재 0.8~1% 이상 금리가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출기간이 많이 남은 대출자 또는 10년 이상 장기대출자는 고정금리 대출로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임영학 우리은행 상품개발부장은 "대출금리가 반짝 올랐다고 해서 섣불리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을 권하진 않는다"면서도 "지금 금리수준이 낮은 데다 몇 년 후에는 금리 상승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대출자는 변동리스크가 적은 고정금리로 묶어두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