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금융당국까지 나서서 손 보겠다던 밴(VAN) 수수료 체계 개편작업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일 발표될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개편안에 ‘정률제’ 논의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여신금융협회는 11일 '밴사 수수료 체계 개편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개편안을 발표한다. 앞서 여신금융협회는 KDI에 '신용거래 효율화를 위한 밴 시장 구조개선방안'이란 주제의 연구용역을 맡긴 바 있다.

당초 연구용역의 초점은 밴 수수료를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는 것이었다. 고객이 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카드사가 수수료를 100~150원 정도를 밴 업체에게 주는 대신 결제 금액에 따라 내는 수수료도 차이를 두자는 것이다.

정액제는 1000원을 결제하든 100만원을 결제하든 같은 수수료를 낸다. 소액결제가 활성화될수록 역마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가맹점 수수료보다 밴사에 지불하는 밴 수수료가 더 많아질 수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그간 정액제가 카드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자영업자의 부담까지 가중시킨다고 지적해왔다. 밴 수수료가 낮아지면 가맹점 수수료도 낮아진다면서 조정을 요구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3월 청문회에서 밴 수수료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카드사가 밴 업체에 주는 수수료가 가맹점 수수료에 낀 거품 가운데 하나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당초 연구용역의 초점이었던 정률제는 KDI의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밴 업계가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용역작업을 진행한 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회의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카드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밴 사업자한테 주는 수수료를 줄이면 그만큼 고객에게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카드 수수료 개편안에 정률제가 담길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국 카드사에만 부담을 전가하는 쪽으로 끝난다면 연구용역의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