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적과의 동침"… 파이시티 컨소시엄 함께 참여

2013-07-04 15:50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가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한 지붕 아래서 어색한 동거를 하게 됐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S개발 컨소시엄이 파이시티 단독 입찰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유통업계 앙숙인 롯데와 신세계가 함께 컨소시엄에 참여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그동안 백화점·대형마트 등 주력 사업 부문에서 첨예한 경쟁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신세계는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추진하면서 롯데그룹 측에서 탐냈던 부지를 선점한 바 있고, 롯데는 올해 초 신세계 인천점이 들어서 있는 인천터미널 부지를 인수, 양측은 계속 갈등을 빚어왔다.

양측이 파이시티 컨소시엄에 참여함에 따라 롯데는 대형마트를, 신세계는 백화점을 각각 맡아 운영하게 될 예정이다. 당초 롯데는 백화점·대형마트·시네마 등을 파이시티에 함께 입주시킬 계획이었지만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 하에 대형마트만 들어가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STS개발 컨소시엄이 파이시티를 검토하는 단계에서부터 본입찰 성공하면 백화점 운영을 맡기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마트의 경우 파이시티 건너편에서 양재점을 운영 중이기 때문에 입찰 자체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업계 라이벌이 한 지붕 아래서 각자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도 "양측 모두 인수합병(M&A)과 신규 점포 투자 등으로 자금 사정이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투자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사실 롯데와 신세계가 한 지붕 아래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와 신세계는 서울 자양동 스타시티에서 각각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운영 중이다.

STS개발 컨소시엄은 파이시티를 76만㎡ 규모의 업무·연구개발·판매·물류 복합시설로 개발해 서울 남부·분당·과천권·수도권을 아우르는 랜드마크로 만들 방침이다. 파이시티에는 롯데와 신세계 외에도 CGV·CJ푸드빌 등 CJ그룹과 자라·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낮은 입찰금액으로 인해 무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당초 여러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해 인수대금이 6000억원 이상을 호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단독으로 입찰이 진행되면서 인수대금이 4000억원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오는 9월 진행될 예정인 관계인집회에서 대주단이 반대할 경우 STS개발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무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