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 9일째...사태해결 ‘안갯속’
2013-05-28 17:15
-20일부터 공사장 6곳에서 9곳으로 늘어난 반면 공사진행 안되<br/>-현재까지 주민 17명 부상...곳곳에서 충돌<br/>-여야도 대립각…보상 지원기금에 있어 부처간 협의도 되지 않아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밀양 765㎸ 송전탑 공사가 강행된 지 9일째를 맞았지만, 현장은 아직도 안갯속 형국을 보이고 있다.
공사 재개 첫 날인 20일 공사현장 6곳에서 현재 9곳으로 늘리면서 장비와 인력을 투입했지만 공사를 저지하려는 반대 주민들에 의해 아직도 진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주말인 25~26일 더 이상 공사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주민들의 농성을 저지하면서 강행군을 펼쳤지만 주민들의 기세에 또 다시 밀렸다.
오히려 밀양 주민 부상자만 17명으로 느는 등 상황이 점점 꼬일 대로 꼬여버린 실정이다.
이계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한전은 고령의 주민들에게 더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며 "사태 해결을 위해서 즉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처럼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을 둘러싸고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 또한 고조되고 있다.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밀양 송전탑 문제 해결방안으로 정부와 새누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내놓은 송·변전 주변지역 지원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며 "부처간 협의도 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은 그만하고 공사 중단 후 대화와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질타했다.
실제 정부와 새누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송·변전시설 주변지역에 대한 보상 및 지원법'을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법은 정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송전선로와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에게 오는 2024년까지 1조300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송·변전 주변시설에 대한 지원은 사업시행자인 한전이 자체 재원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현재 사업시행자 자체 재원으로 지원 중인 액화천연가스 인수기지, 석유비축시설 등 기타 에너지시설 주변지역 지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측면에서다.
이에 여야는 지난 24일 밀양 송전탑 공사 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협의체 구성을 약속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전문가 협의체는 29일 열리는 국회 산자위 통상·에너지소위에서 활동 기간을 정하고, 35~40일간 활동하게 된다"며 "협의체가 구성되면 그동안 주민들이 요구해왔던 지중화 건설을 비롯해 우회 송전 방안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중화 방식은 지금의 기술수준으로는 불가능하고 건설기간만 10년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향후 원만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위조부품이 사용된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올 여름 사상유례 없는 전력대란이 우려된다고 정부는 내다봤다.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갖고 "올 여름은 예방정비에 들어간 원전 외에 원전 3개가 추가로 가동을 중단한 상태에서 전력수급 문제를 생각해야 함에 따라 유례없는 전력난이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