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손한기 베이징 통신원 = 지난 9일 원저우(溫州)의 공산당 관료가 쌍규(雙規)처분을 받은 후 사망한데 이어 한 법관이 쌍규처분을 받은지 10일만인 지난 23일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건 모두 고문치사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경화시보가 25일 전했다.

중국 허난성(河南省) 싼먼샤시（三門峽市） 중급법원의 부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49세의 자주샹（賈九翔）씨가 당 기율위의 쌍규처분을 받은지 10일 만인 지난 23일 병원에서 사망했다. 사체를 확인한 유가족들은 온 몸에 멍이 들어 있는 등 심한 구타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사인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저장성 원저우의 공업투자집단공사 당 위원회 위원인 위지이(於其壹)가 쌍규처벌을 받고 당 기율위에 끌려간 지 38일 만에 사망한 사건도 벌어졌다. 당시 병원에서 시신을 본 가족들은 온몸이 멍들어 있었고 몸도 몰라보게 말라있던 것으로 미뤄 구타 등 가혹행위로 숨진 것이 분명하다며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쌍규처분이란 공산당 자체규정으로 존재하며, 당 감찰기구인 기율위원회가 용의자를 지정한 곳에서 지정된 시간동안 조사하게 하는 처분이다. 장소와 시간 등 두가지를 규정한다는 뜻에서 '쌍규'라고 이름지어졌다. 국가의 공적인 사법행위가 아닌 공산당의 자체적인 조사행위다. 하지만 지정된 곳에 장기간 인신을 구속하는 것은 사실상 처벌에 다름없다. 이는 중국이 법으로 금지한 '사적처벌'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제도지만 중국은 공산당 1당독재체제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중국 공산당은 이 제도를 이용해 당원이 잘못을 저지르면 먼저 기율위가 나서 조사하게끔 한 후, 잘못이 크거나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그 때 검찰이나 사법부에 사건과 인신을 이관시킨다. 쌍규처분은 정해진 기간도 없고 구금장소나 조사방식도 따로 규정된 게 없다. 더욱이 사법부 등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할 여지도 없어서 쌍규처벌에서 인권유린 행위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견제할 방법이 없다. 이런 이유로 중국에선 쌍규처분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예전부터 발생해왔다. 더욱이 최근 쌍규처벌과정에서 당원들이 사망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폐지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공산당은 쌍규처분을 내리기 위한 세가지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첫째는 당직 박탈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며, 두번째는 혐의자가 내통 행위로 혐의를 받거나 도주나 은닉이나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거나 기타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며 세번째는 혐의자가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고 심각한 기율위반 행위를 했을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