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묻지마 민원감축에 울며 겨자 먹는 보험업계
2013-04-22 16:04
금융증권부 장기영 기자. |
금융당국이 최근 일본식 민원 감축 방안을 국내 보험업계에 도입하기 위해 보험사들을 압박하자,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접수된 금융민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보험이라는 점을 들어 각 회사별로 자체적인 민원 감축 방안을 마련토록 하고, 보험금 미지급 사례에 대한 검사를 강화키로 했다.
실제로 보험업계의 전년 대비 민원 증가율은 18.8%로 은행업(7.0%), 금융투자업(-10.2%) 등 다른 금융업을 크게 웃돌았다. 민원 감축을 통해 보험산업의 신뢰도를 높이고,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때까지 검사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방침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보험산업의 특수성을 무시한 금감원의 계획이 블랙컨슈머를 양산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정 피해가 발생하거나, 가입자가 사망해야만 약관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업의 특성상 다른 금융업권과 민원 건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반응이다.
금감원이 벤치마킹에 활용하는 일본의 보험금 미지급 사례 역시 실상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가벼운 접촉사고로 깨진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갈아 끼우는데 10만~20만원이면 되는 수리비를 몇 백, 몇 천만원씩 청구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민원 건수는 추가된다.
보험금 미지급에 따른 민원 대부분은 사실상 억지에 가까운 주장으로, 민원 해결에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이 자칫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금감원과 보험업계 사이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묻지마식 민원 감축이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소비자의 민원과 보험사의 민원간 악순환 고리부터 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