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슈퍼사이클의 몰락… 상품투자자 '휘청'

2013-04-21 14:19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원자재 가격은 이미 하강 기류를 타고 있다. 원자재 슈퍼사이클의 후폭풍에 적응해야 한다”

‘슈퍼사이클’인 곡물·원자재 가격에 대한 세계 최대 아연제련사인 니르스타의 로날드 정크 최고경영자(CEO)의 평가다. 최근 주요 상품거래소에서 곡물 및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다우존스-UBS지수는 전년대비 4.9% 하락했다. 절정이었던 2007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유가·금값은 물론 산업 자재 및 곡물가 모두 하락세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금값 역시 최근 일주일 동안 16% 이상 급락했다. 구리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비싼 가격으로 애그플레이션까지 우려됐던 옥수수 대두 밀 등 곡물가는 최근 몇주새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곡물 트레이딩업체인 번기의 알버트 웨이저 CEO는 “일반 곡물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슈퍼사이클만 믿고 베팅한 투자자들은 당황했다. 글로벌 경제성장의 강한 회복과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안전자산이란 기대로 투자했으나 전례없는 하락세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 2003년부터 상승세를 탄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견디고 장기간 강세를 보여왔다.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인데다 공급마저 과잉상태로 접어들면서 ‘슈퍼사이클’이 깨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원자재 채굴 및 생산 기술이 발달하고 생산기지가 늘면서 공급이 크게 늘어난 점을 꼬집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및 남미 러시아 등의 생산공장 확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는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기대하기보단 공급의 속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곡물 역시 지난해 극단적인 날씨로 인해 수확량이 급감, 단기적인 공급 부족 현상을 겪었으나 올해는 수확량을 다시 회복했다. 올해 곡물가 전망도 하락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