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무너진 '서정진 회장의 꿈'

2013-04-16 16:47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 "셀트리온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제가 가진 것을 모두 포기합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보유한 셀트리온 주식과 셀트리온 헬스케어 보유주식 전량을 다국적 기업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공매도를 일삼는 불법 주가 조작 세력들로부터 주주와 임직원, 파트너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매각 대상 지분은 셀트리온 30%, 셀트리온 제약 35%, 셀트리온헬스케어 50% 등으로 비상장사까지 모두 팔 계획이다.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이 외국계 회사로 넘어가는 것이다.

서 회장은 "매각 시점은 램시마의 유럽승인(EMA)이 나오는 5월 말~6월이 될 것이며 모든 경영권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의 2대 주주들이 JP모건의 펀드이기 때문에 이번 주식 매각과 관련해 발표를 번복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사를 목표로 해 왔지만 어렵게 됐다"며 "하지만 셀트리온은 다국적 제약사에 편입되면 탄탄한 항체 의약품 파이프라인과 생산설비, 품질시스템을 바탕으로 더욱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국적 기업이 셀트리온을 매입하면 기업에게는 이득이 되겠지만 국가차원에서는 손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루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서 회장은 "이번 매각 결정은 결코 자금난 때문이 아니다. 자본 시장에서 각종 악성 루머와 허위사실이 유포되는 등 투기세력의 의혹과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매각이 회사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매도 세력과 관계당국의 조치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2년간 432거래일 중 421일에 걸쳐 공매도가 등장했다. 최근 17일간 공매도 비율은 10%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수천억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공매도를 막을 길이 없었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제지 요구에도 감독 및 관계당국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나서서 공매도 세력에 조사해 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서 회장은 "현재로서는 비정상적인 공매도에 대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행 공매도 제도에 모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서 회장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무'에서 '유'를 만든 창업자가 계속해서 꿈을 어어가기에는 벽이 높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셀트리온 같은 창조적 기업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