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부담 던 연준, 양적완화 장기화될 듯

2013-04-14 17:25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미국에서 지난달 각종 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양적완화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생산자 물가 등이 일제히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양적완화를 조기에 종료·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급격히 힘을 잃고 실업률이 여전히 높다며 양적완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벤 버냉키 의장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 완성품 생산자 물가는 전월보다 0.6%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5월 0.6% 하락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미국 완성품 생산자 물가는 올 1월과 2월 각각 0.2%, 0.7% 올라 상승세를 지속했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지난달 1.1% 상승에 그쳐 지난해 7월 0.5% 상승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완성품 중 에너지 가격이 전월대비로 3.4%나 하락해 생산자 물가 하락을 주도했으나 소비재 가격 역시 0.8%나 하락해 전반적으로 생산자 물가가 하락했음을 시사했다.

중간재 가격은 0.9%나 하락해 2011년 10월 1% 하락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지난달 미국 수입물가 역시 전월대비로 0.5% 하락했다.

미국 수입물가는 지난해 12월 0.6% 하락한 이후 1월과 2월 각각 0.5%, 0.6% 상승했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지난달 2.7% 하락해 지난해 11월 1.4% 하락한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7월 -3.3%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전월대비로 석유·석유제품 가격이 1.9%나 하락해 수입물가 하락을 주도했지만 석유를 제외한 수입물가도 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수입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자동차를 제외한 소비재 가격도 0.2%, 자동차와 그 부품 가격은 0.3% 하락했다.

10일 연준이 공개한 지난달 19∼20일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 대부분은 현재의 경제 전망대로라면 올 상반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의사록은 “경제를 전망하고 적절한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참석자들의 견해를 특징 지우는 중요한 요소는 현재 노동 시장 상황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는 참석자들이 실업률이 낮아지거나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양적완화를 조기에 종료·축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벤 버냉키 의장은 8일 조지아주에서 한 연설에서 “FOMC 이사 대부분이 채권 매입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매우 기여한다는 것에 동의했다”며 “실업률을 내리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용 상황은 현재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달 첫째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4만6000건으로 전주보다 4만2000건 줄어 지난해 11월 셋째 주 전주보다 5만1000건 감소한 이후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실업률도 지난달 7.6%로 2008년 12월 7.3%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는 전월보다 8만8000개 증가에 그쳐 지난해 6월 8만개 증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급증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경제 활동 참가율은 63.3%로 지난 1979년 5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