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컬럼>스마트폰 시대…중국 '산자이' 휴대폰의 생존전략

2013-04-25 16:10

미중산업경제연구소 조용찬

중국 휴대폰의 경쟁력은 속도와 가격이다.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은 외국제품과 차별화를 도모하면서도 삼성과 애플과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와 동시에 디자인이나 하드웨어 면에서 전혀 뒤지지않는 수준의 휴대폰을 발표해 중저가 휴대폰, 심지어 고급휴대폰의 점유율을 높여왔다.

피처폰이 주류였던 시대에 중국의 지방 휴대폰 제조업체 수는 2000개에 달했고, 출하대수는 5억대 이상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 잡다한 지방기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실제로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피처폰 시절과는 약간 다른 형태로 지방기업은 활황세를 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명확한 증거는 삼성전자, 화웨이, HTC와 같은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 지방 중소형 스마트폰 회사의 점유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적어도 중국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등 해외 브랜드를 웃돌고 있다. 선전(深圳)에 스마트폰 브랜드의 숫자는 2000개를 초과할 정도로 많아, 지방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선 삼성전자나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세계 유명브랜드와 지방 브랜드 사이에 사회적 평가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 지방 스마트폰은 1000위안 이하의 중저가 단말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일부는 2000위안 이상의 고가제품을 개발하는 업체가 나올 정도로 기술력과 브랜드를 갖췄기 때문이다.

과연 스마튼폰 시대에서 중국 지방 브랜드들의 활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첫째, 중소업체의 스마트폰 개발을 대폭 간소화시킬 수 있는 IC 플랫폼의 등장이다.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하드웨어 플랫폼도 비싼 라이센스 수수료를 주는 미국의 퀄컴 대신 대만의 웨이청(威盛)이나 중국 현지 기업에서 공급받으면서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둘째, 일부 디자인 하우스가 제조업자설계개발방식(ODM) 업무를 시작하면서 지방 회사들은 브랜드 경영과 마케팅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휴대폰 업계의 디자인 하우스는 중소 산자이(山寨)기업을 대상으로 프린트 기판에 부품을 조립한 반제품의 PCBA를 주로 판매해 왔다. 지방 브랜드기업이 많아지면서 ODM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자인 하우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셋째,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중국 통신사업자의 구매범위가 확대됐다. 차이나텔레콤에 스마트폰을 납품하는 업체는 200여개에 달한다. 품질이 보장된 휴대폰 제조업체가 만든 스마트폰에 고액의 보조금을 주면서 중국산 브랜드 휴대폰의 판매확대에 기여했다.

넷째, 지방 제조업체의 브랜드 전략 및 자사 판매망 구축 노력이다. 중국 소비자는 이미 피처폰을 사용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모조품이나 애프터서비스를 갖추지 못한 브랜드를 용인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많은 중소기업들도 브랜드전략을 도입하면서 2012년 선전에서만 HTL, 줘푸(卓普), 야리퉁(亜力通)과 같은 수백여종의 브랜드가 탄생했다. 선전에서 판매점을 시작해 전국적인 브랜드로 진화한 업체만 50개사가 넘는다.

다섯째는 온라인 판매의 활용이다. 영세한 지방 회사뿐만 아니라 비교적 큰 브랜드도 대리점뿐만 아니라 인터넷 판매망을 확충하면서 2012년 매출은 530억 위안까지 급증해 전자상거래 전체 매출의 4%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스마트폰 붐이 일면서 일부에선 부품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뛰어난 디자인을 바탕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제품을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까지 생겨나고 있다. 스마트 폰 한 기종 당 출하대수는 불과 3~5만대지만 외국 디자이너에게 외관 설계를 의뢰하고, 철저한 품질관리로 불량률도 매우 낮게 통제하고 있다. 니체(尼采)는 1대당 10위안의 이익밖에 취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인터넷 판매를 통한 중간 단계의 유통마진도 10% 줄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부품업체는 국내 이외에 해외 거래선 다변화를 위해 스마트 폰 생산기지인 중국시장의 개척이 절실하다. 중국도 유해물질 제한지침과 중·고급 스마트폰 시장에 주력하기 위해서 한국기업의 부품공급이 절실한 만큼 중국 스마트 폰 제조업체의 초청과 현지 교류회를 병행하면서 중국시장을 공략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