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경영”이건희 회장 귀국, 삼성 신성장전략 나오나?

2013-04-07 18:15
이번주 서초 집무실 출근, 미래사업·투자확대 등 주문할 듯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채명석·이혜림 기자= 지난 6일 귀국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30여일 만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할 예정인 가운데, 삼성그룹의 향후 미래 그림을 어떻게 그렸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서초사옥 집무실을 찾았던 이 회장은 여독이 풀린 뒤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3개월간 해외생활에 따른 업무 공백으로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라 당장 주초에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관심의 핵심은 신규사업이 어떤 것이 될 것이냐에 달려있다. 이날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에게 "지난 3개월 동안 하와이와 일본 도쿄를 오가며 사람도 많이 만나고 여행도 많이 하고 미래사업 구상도 많이 했다"고 밝힌 만큼 출근과 동시에 다양한 주문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그룹의 투자 계획에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에 올해 지난해(47조8000억원)보다 3~5% 많은 49조원대 투자와 2만6100명의 고용 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전체적인 틀은 이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 보인다. 대신 투자금의 집행처가 어느 부문이 될 것이냐가 관건인데, 이 회장의 의견에 따라 큰 변화가 점쳐진다. 실제로 2013년이 4월을 넘어섰지만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기존 결정된 투자계획만 집행됐을 뿐 신규 투자는 멈춘 상태다.

일단 그가 직접 챙겨온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의료기기 등 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에 힘이 실린다. 여기에 기존 주력 사업부문과 시너지 창출을 통한 신규 아이템 도출에도 역량을 집중해 줄 것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이 회장의 갈증이 크다는 것이다. 오는 6월 9일은 이 회장이 신경영 선언, 일명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한지 20주년을 맞는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다 바꾸라"는 질(質)경영 선언 후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TV 및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서는 등 절정의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성과는 삼성이 선진 기업을 추격해 얻은 것들이다. 어렵게 따라잡았지만 따라잡히는 것은 한 순간이다. 선진 전자시장을 배우러 자주 찾아갔던 일본에서 이 회장은 쇠망의 길을 걷고 있는 전자공룡들을 목격했다. 해외 여행길에서는 막강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해 향후 5년 내에 삼성전자를 넘어설 것이라며 강하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업체를 들여다봤다. 그의 등에는 또다시 식은땀이 흘렀을 것이다.

이 회장이 "(신경영) 20년이 됐다고 안심해서는 안 되고 모든 사물과 인간은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더 열심히 뛰고 사물을 깊게 보고 멀리 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장의 변화 속에서 삼성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거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개척해야 하는 '창조경영'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4시간 인간의 삶이 삼성과 함께해야 한다는 그룹 미래상으로 제시했던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크다.

이와 함께 재계의 수장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 정책 기조와 어떻게 조화를 이뤄 나갈지에 대해서도 눈여겨 봐야 한다. 이 회장은 "그 분(박근혜 대통령)도 오랫동안 연구하고 나온 분이라 잘해주리라 생각한다"며 "우리 삼성도 작지만 열심히 뛰어서 돕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가장 먼저 인력 채용 규모 확대에 무게를 실어줄 전망이다. 1993년 신경영 선언 후 삼성그룹은 향후 10~20년 뒤 회사를 먹여살릴 동력을 찾았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사람에 투자하는 것으로 마무리 한 바 있다. 이 때부터 삼성그룹은 핵심인재 유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러한 인재 육성과 영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