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1급 이하 인사 지연…업무공백 장기화
2013-04-07 18:11
장·차관 업무 가중…금융위 등 산하 기관도 영향<br/>타 부처도 인사 지연 ‘도미노’…미래부·해수부 마비수준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직제표에 실·국장급 사진이 뻥 뚫려 있으니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추경호 1차관)", "빨리 예산·세제실장이 와야지 세종청사 업무를 볼 수 있을 텐데 걱정이다.(이석준 2차관)”
기획재정부 실·국장급 인사가 지연되면서 최근 추경호 1차관과 이석준 2차관은 빡빡한 일정표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3일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났지만 1급 이하 실·국장급 후속 인사가 늦어지면서 전반적인 부처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1차관 집무실에는 지난달 25일자로 업데이트된 직제표가 회의 탁자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일부 실·국장란에는 사진이 부착돼 있지 않다. 아직 인사를 하지 못해 공석이 된 자리다. 6~7개 정도가 백지상태이다보니 직제표를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석준 2차관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2차관 직속으로 움직일 예산실장과 세제실장 모두 개점휴업 상태다. 수족처럼 움직일 실장 두 명이 아직도 배치되지 않아 중요한 업무는 이 차관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지난달 29일 추경 관련 내용 브리핑 이후 세종청사보다 서울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것도 예산·세제실장의 부재가 큰 이유다. 4월에는 세종청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차관은 인사가 지연될수록 부담이 커지고 있다. 4월 초가 훌쩍 넘어가는 시점에서 인사 후 업무파악 등을 거쳐 원활하게 조직이 돌아가려면 4월을 넘겨야 할 판이다.
더구나 경제정책 방향, 재정부 업무보고 등 산적한 과제가 이달부터 시작되는 만큼 인사 지연 장기화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재부 인사 지연은 산하기관으로까지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위원회, 조달청, 특허청, 관세청, 국세청 등이 인사를 제때 하지 못하고 있다. 상급기관 인사와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재부에서 관계기관으로 몇몇이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인사를 주저하게 하는 원인이다.
기재부뿐만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 후보자와 윤진숙 해수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일정은 올스톱 상태다.
미래부의 경우 행정공백 최소화를 위해 과장급 인사를 서둘러 단행했지만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아 겉돌고 있다. 창조경제와 정보통신(IT) 관련 현안도 보류 상태다.
해양수산부는 아예 6개 실·국장과 6개 정책관 자리 모두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처간 협업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해양·수산·해운물류 등은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다른 부처와 의견 조율이 원활하지 않아 관련 정책이 올 스톱 됐다.
기재부 한 고위 관계자는 "실·국장급 인사가 장기화되면서 부처간 협업이나 내부적으로 업무조율이 쉽지 않다"며 "장·차관들 일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실무를 처리할 실·국장 부재는 국정과제를 원활히 할 수 없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