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통현장증언> <15>박용희 회장 “중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우선”
2013-04-04 23:24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박용희 베이징한국투자기업협의회 회장은 현지 베테랑 비즈니스맨으로서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88년 대한민국 최초의 주재원으로 베이징 땅을 밟은 후 지금껏 여러 가지 사업을 성공시켜낸 경험이 있는 그는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는 이 말에 대해 "어느 중국인을 만나더라도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건축설계회사인 DA그룹의 베이징 법인인 베이징DA건축설계고문유한공사의 법인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베이징내 한국 진출 기업들의 교류모임인 베이징한국투자기업협의회를 이끌고 있다. 투자기업협회는 1994년 현지 진출 기업인들이 모여서 만든 친목조직으로 현재 114개 업체가 가입돼 있다. 박 회장은 LG상사의 베이징주재원, 경동보일러 중국법인장, 서브웨이 프랜차이즈 사장을 거쳐 DA그룹의 베이징법인장으로 일하며,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둬 왔다. 성공의 기반은 중국에 대한 애정이었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경동보일러 법인장 시절의 일화를 털어놓았다.
그는 1995년 경동보일러 베이징법인으로 회사를 옮긴 후 1996년 베이징 순이(順義)구에 공장을 설립하며 사업을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당시 순이구 구장은 현재 충칭(重慶)시 서기인 쑨정차이(孫政才)였다. 쑨정차이는 매년 두 번씩 순이구에 있는 외자기업들을 구청으로 불러모아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그 자리에 각 담당 국장들을 일제히 배석시켜 애로사항이 나오는 즉시 각각의 조치를 취하게 했다. 당시 박 회장은 "젊은 나이지만 열정과 리더십이 대단하다"고 감탄했다고 한다.
쑨정차이는 박 회장을 몇 번 만난 이후 경동보일러 공장에 들렀고 깔끔하고 현대적인 설비를 보고는 맘에 들어했다고 한다. 이후 외부에서 손님이 올 때면 직접 손님들을 이끌고 경동보일러 공장에 들러 견학을 시키길 수 차례 반복했다. 박 회장은 덕분에 중국 여러 지역에 있는 관료들을 접촉할 수 있었으며, 특유의 친화력과 중국인에 대한 호감으로 그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당시 친해진 관료들은 이후 자연스럽게 박 회장의 든든한 우군이 됐다. 그는 "당시 알게 된 관료 중 한 명은 국유기업인 수도개발집단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난 후 한꺼번에 무려 6만개의 보일러를 구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많은 친구들이 부동산 개발상을 소개해줬고, 그의 보일러사업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순조로웠다.
그가 경동보일러에서 일하던 시절 알게 된 부동산 개발상들은 아직도 박 회장과 친구로 남아 있다. 그가 2011년 말 DA 베이징법인을 맡은 후에도 중국인 친구들의 도움을 물심양면으로 받고 있다. 상하이의 대형 건설업체인 뤼디(綠地)집단의 제주도 헬스케어센터 프로젝트의 설계를 DA가 따낸 것도 과거 친구들의 도움이었다. 또한 순신(順鑫)그룹 공동주택 프로젝트의 설계 낙찰을 받아낸 것도 지인들과의 관계가 탄탄해서였다.
그는 중국에 대한 애정과 함께 정도(正道)경영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LG상사와 경동보일러에서 일하면서 세금을 덜 내고 임금을 덜 주고 복리후생을 줄이는 게 잘하는 것인 줄 알았지만 지나고 보면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결코 비용절감이 아니라는 것. 결국 벌금을 물어야 하고 세월이 지나면 그보다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중국의 현실이라고 그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충고를 보탠다. 이어 그는 "많은 중국 진출 기업들이 눈앞에 닥친 비용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사업계획을 짜는 오류를 범한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의 비용까지를 고려해서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큰 실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