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못지않은 알바생들의 '알바병'
2013-04-03 10:54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카페, 음식점, 호프집 등에서 자주 울리는 ‘띵동’ 벨소리. 손님으로서는 편하지만 벨소리를 듣고 달려가야 하는 알바생들에게는 환청으로 들릴 만큼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고객 전화상담을 하던 알바생은 전화 벨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도 다반사. 이처럼 알바를 하다보니 생긴 ‘알바병’은 직업병만큼이나 무시할 수 없는 수준. 알바생들의 고충이 담긴 ‘알바병’을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인에서 3일 소개했다.
◇공포의 ‘띵동!’ 벨소리
고깃집에서 서빙알바를 시작한 대학생 E군(21). 시급이 높진 않지만 집에서 가까워 흔쾌히 시작했다. 하지만 E군은 알바가 끝난 날 밤이면 매일 ‘띵동’ 환청에 시달린다. 뜨거운 불판에 손이 데고, 기름이 옷에 묻고, 옷에 고기가 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보다도 괴로운 것이 바로 손님이 종업원을 부를 때 누르는 벨의 ‘띵동’ 소리다. 사람이 몰리는 바쁜 시간 때면 벨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때가 많다.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갔더니 잘못 눌렀다거나 장난으로 눌렀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기운이 쭉 빠진다.
한창 손님이 많을 시간이 되면 종업원을 찾는 ‘호출벨’이 쉬지 않고 울린다. 여러 테이블에서 동시에 눌렀을 때 알바생의 발길은 더욱 바빠진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호출벨이라지만 계속해서 울리는 벨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발 그만 울렸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E군처럼 알바가 끝난 후에도 환청을 듣는 알바생도 있다고 하니 알바병의 일순위로 뽑힐만 하다.
◇아메리카노! 외치다 커진 목소리
대학생 A양(23)은 ‘콜링(준비완료 후 손님을 부르는 작업)’ 때문에 작았던 목소리에 변화가 생겼다. 작년 말부터 번화가에 위치한 카페 알바를 시작한 A양. 이곳은 사람이 많아 ‘진동벨’사용보다 신속한 업무 처리가 가능한 ‘콜링’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A양은 평일 6시간씩 쉬지 않고 일했고 ‘콜링’을 하는 횟수가 늘수록 자연스레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평소 내성적이었던 A양은 ‘콜링’ 때문에 이제는 사람들에게 목소리가 왜 이렇게 크냐는 핀잔을 듣는다고 한다.
커피 제조, 주문, 청소 외에 카페 알바를 하다 보면 해야 할 업무가 바로 ‘콜링’이다.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에서 편의를 위해 ‘진동벨’로 바꾸는 추세지만 직접 손님을 부르는 곳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를 반복해서 외치는 알바생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A양처럼 알바를 할 때처럼 평상시에도 큰 목소리로 얘기한다면 ‘알바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전화벨에 가슴이 철렁
학원 강사 경력 3년 차인 대학원생 C양(26). 교사의 꿈을 갖고 시작한 학원 강사이지만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다. 성적 부진이나 수업시간에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학부모들의 전화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훨씬 심하다. 수업 방식이 마음에 안들 때, 아이 성적이 떨어졌을 때, 수업 이외의 활동을 했을 때, 심지어 평소보다 일찍 끝내줬을 때도 어김없이 학부모에게 전화가 온다. C양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으로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교육자에 꿈이 있거나 전공을 살려 일하고 싶은 대학생들이라면 학원 강사 알바를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C양은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만큼 ‘학부모를 내편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학부모들의 항의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 전화로 인한 스트레스는 전화 상담 업무를 주로 하는 텔레마케팅 알바도 마찬가지다. 매일같이 걸고 받는 전화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워낙 부정적이어서 전화벨소리만 울려도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하니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몸쓰는 알바에 바닥난 체력
지난 겨울방학 기간을 알차게 쓰고 싶었던 D군(25)은 경기도에 위치한 빵공장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다음학기 등록금도 벌고 생활비도 마련할 생각으로 시작한 알바였지만 의외로 힘든 점이 많았다. 주6일 동안 기숙사 생활과 동시에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씩 계속해서 일하는 스케줄이었다.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지만 제일 힘들었던 건 바로 부족한 ‘잠’이었다. 하루에 대략 6~7시간씩 자고 반복적으로 장시간 일만 하니 일과 후 거의 기절하듯 잠들었지만 체력을 보충하는 타이밍이 부족했다. 아침마다 일어나면서 ‘조금만 더 자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을 가득 채울 정도. 방학 3개월을 그리 보내고 나니 주변 지인들마다 ‘힘들어 보인다’는 얘기를 하고 스스로도 체력이 약해진 것을 느낄 정도였다.
공장알바, 택배알바 등 비교적 단순하지만 육체노동을 필요로 하는 알바는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다. 대부분이 정해진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장시간 서있거나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무리한 노동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공장 알바라면 특성상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무리하는 경우가 있어 알바생들의 직접적인 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직진하세요~’ 수신호에 온몸이 저릿
백화점 주차요원으로 일하는 대학생 B양(22)은 사람이 많은 주말이면 하루 10시간씩 근무를 선다. 주말에만 일할 수 있고 시급도 많은 편이어서 망설임 없이 시작하게 되었지만 B양은 알바가 끝난 후면 온몸이 쑤신다고 한다. 바로 주차요원이 해야 하는 수신호 때문. ‘어서 오십시오’, ‘왼쪽으로 가십시오’, ‘올라가십시오’, ‘자리가 없습니다’ 등을 장시간 동안 다양한 손짓과 팔동작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팔과 손목이 저리기 일쑤다. B양은 오래 서있어야 하는 것보다도 팔을 쓰는 빈도가 높다보니 하루가 지나면 어깨와 팔이 천근만근이라고 한다.
차 안에 있어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고객에게 주차요원의 손짓과 팔동작은 신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들어오는 차량을 안내하기 위해 장시간 팔을 들고 있어야 하는 알바생들에겐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대부분의 알바생들은 오래 서있어야 하는 것 때문에 다리가 가장 아플 거라고 예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주차요원 알바생들이 알바가 끝난 후 팔을 두들기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알바인 김형선 이사는 “많은 알바생들이 알바로 인해 자기도 모르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실제 정신적, 육체적 고충을 동반한 ‘알바병’을 앓고있는 경우가 많다”며 “알바를 할 때에도 일과 일상을 분리하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다면 알바병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