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김지나 기자= 금융권 공공기관의 사외이사 가운데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거래소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절반의 기관에서 회의 한 번 참석하는 데 50만원의 회의 참석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아주경제가 금융위원회 산하 공기업 8곳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에 따르면 금융권 공공기관의 비상임이사들의 연봉은 대부분 3000만원 안팎이었다.

금융권 공공기관은 일반 공기업에 비해 연봉이 높은 편이어서 흔히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비상임 이사직은 이 가운데서도 손에 꼽히는 '신'의 자리다.

이사회가 열릴 때만 참석해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자격을 가진 것이 비상임이사다. 지난해 이들 기관에서 열린 이사회는 최대 20건 안팎이다. 여기에 참석하고 받아간 급여가 총 3000여만원이라는 얘기다.

8개 기관 중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거래소로, 1인당 4200만원이었다. 거래소의 비상임 이사는 총 8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이 연봉을 받는 공익대표다. 지난해 5명이 가져간 연봉 규모만 해도 2억1000만원이다.

코스콤의 사외이사 1인당 기본 연봉은 3600만원으로 거래소의 뒤를 이었다. 다만 지난해 신승식 이사 후임으로 온 김호영 이사는 244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코스콤은 공익대표 비상임이사에 한해 연봉이 지급된다고 밝혔다.

이외에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3274만2000원, 신용보증기금과 주택금융공사가 각각 3107만4000원으로 뒤를 이었다. 캠코는 8명의 비상임이사를 두고 있어 지난해에만 총 2억6193만6000원의 급여가 나갔다. 신보와 주금공은 각각 7명씩의 이사가 있어 2억1751만8000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연봉이 가장 낮은 곳은 예보와 예탁원으로 각각 2400만원과 2100만원이었다. 그러나 따로 지급하는 회의 참석 수당까지 합하면 연봉 규모는 약 3000만원으로 비슷했다.

현재 회의 참석 수당, 이른바 '거마비' 명목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곳은 예보와 코스콤, 거래소, 예탁원 등 4곳이었다.

이들 기관은 모두 지난해 1인당 1회에 50만원씩 참석 수당을 지급했다. 예보의 경우 안건 검토비가 30만원에 교통비가 20만원이었으며 다른 곳도 비슷한 규모다. 다만 거래소는 52만3010원으로 다소 높았고 코스콤은 지난해 2월 40만원이던 수당을 50만원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거래소에서 이사회(총 14회)를 모두 참석한 이사들은 연봉과 수당을 합해 최대 4800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와 덕성여대 교수 출신인 조인호, 이맹기 이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예보도 11회의 이사회를 모두 참석하면 총 550만원의 수당이 합해져 2950만원을 가져가게 된다. 예탁원 역시 15회의 이사회를 모두 참석하면 285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금융권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교수나 공무원 출신들로 구성된 비상임 이사직은 평균 2~3시간 회의에 참석하고 월 200만원 이상의 급여를 가져간다"면서 "공무원 사회에서 공기업 사외이사직은 전관예우나 자리 나눠먹기 식으로 변질된 지 오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비상임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낸 것도 아예 없거나 한 자릿수에 불과해 경영진 견제라는 목적 또한 의미를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조사대상 기관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코스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