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 투자 강연 요청 쇄도에 ‘즐거운 비명’

2013-04-01 08:00
시장 ‘바닥’ 기대감 반영된 듯<br/>수요자들 관망서 탐색 모드로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1. 지난달 13일 서울 잠실 교통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전문가 포럼 세미나'. '박근혜 정부 5년, 부동산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국내 주요 부동산 전문가들이 대거 강연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1200여명이 세미나에 참가했다. 강연을 진행한 한 전문가는 "부동산투자 세미나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2. 부동산 관련 연구원 원장인 A씨는 요즘 사적인 약속은 잡지 못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최근 들어 분양 설명회와 부동산투자 세미나 강연 요청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A씨는 "많을 땐 일주일에 8~10건의 강연을 뛴 적도 있다"며 "부동산투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때문인지 분양업체는 물론 증권·보험사들의 투자 세미나 개최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각종 부동산 포럼이나 투자설명회 강연 요청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부동산시장 '바닥' 기대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부동산시장 회복과 집값 상승 기대감이 무르익으면서 수요자들도 '관망 모드'에서 '탐색 모드'로 돌아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모 대학 외래교수이자 부동산 전문가로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B씨는 최근 종합편성채널에 부동산 관련 프로그램 고정 진행자로 출연하고 있다.

그는 "주말 심야시간대에 방송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시청률이 비교적 잘 나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밤 늦은 시간에도 부동산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른바 '큰손'들도 부동산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이후 부동산투자를 희망하는 고객들의 상담건수가 부쩍 늘었다. 최근 몇년 새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상담건수가 크게 줄었다가 새 정부 출범 등을 계기로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강남 PB센터의 경우 부자 고객들의 부동산 상담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50% 증가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올해 초까지도 부동산에 대한 문의조차 없었지만 지난달부터 강남 재건축과 상가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저울질하는 고객이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부동산 컨설팅업계도 바빠졌다. 박근혜 정부의 종합 부동산대책 발표를 앞두고 부동산컨설팅 투자 상담건수가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상담 고객들은 주로 일반 주부들이다.

한 부동산컨설팅업체 관계자는 "고객들 대부분은 2억~3억원의 여윳돈으로 주식 등 금융상품 대신 부동산 쪽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라며 "아파트 매매에 관심이 있거나 값이 많이 떨어진 대형 평형으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인 C씨는 "지난해까지는 종종 여행도 다녀오고 여유롭게 생활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담건수가 많아 잠자는 시간도 부족할 지경"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최근 3~4년간 침체에 시달렸던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치고 올라갈 때가 된 것 아니냐는 '바닥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은행 PB센터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큰 고비를 넘어 바닥에 근접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집값 회복시기를 묻는 자산가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희망적인 조짐이 보이지만 부동산시장이 단기간에 본격 반등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부동산시장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실물경기가 살아나야 한다"며 "지금 나오는 바닥론은 실체가 없는 심리적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