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높은 사교육비, 노년층 부양체계 약화”
2013-03-27 14:22
아주경제 유지승 기자=우리나라의 높은 사교육비가 노년층의 부양체계를 약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상협 미국 하와이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 학술지에 이 같은 내용의 ‘생애주기별 부양체계에 관한 국가 간 비교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2000년 자료를 토대로 한국을 포함한 40개국의 국민계정을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으로 나눠 가구와 정부가 노년층·유년층 부양에 얼마만큼 부담을 지는지 분석한 결과다.
이 교수는 “높은 민간소비 의존율, 특히 높은 사교육비는 개인들이 노년이 됐을 때의 부양체계를 잠식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유년층에 대한 교육비가 매우 커서 유년층 소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격히 높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높은 민간소비 의존율, 특히 높은 사교육비는 각종 리스크에 취약할 수 있다. 출산율을 낮춰 고령화를 앞당기고 유년층에 소득계층 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개인이 노년이 됐을 때 부양체계도 잠식하는 문제가 있다.
반면 한국의 노년층 소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데, 이는 의료비용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낮았던 공공소비 의존율과 의료비는 2000년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또 다른 위험을 부를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우려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의료보험 수혜액은 매년 15%씩 올랐고, 같은 기간 동안 연금 혜택은 매년 9%씩 상승했다. 1995년부터 2008년까지 공공부문의 의료비용 부담액은 국내총생산의 1.4%에서 3.5%로 늘었다.
여기에 빠른 고령화가 미친 기여도는 10% 내로 미미한 반면, 대부분은 순수한 의료비용 증가 및 수요 증가에 기인했다.
이 교수는 “이처럼 급증하는 공공소비 의존도는 저성장 및 정부재정 취약화의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부양체계도 2000년 이후 그 중요성이 크게 낮아졌다. 이에 따라 미래 한국 노년층의 부양체계는 노동시장, 공공부문, 개인의 저축 및 자산이 담당해야 할 것으로 이 교수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노년층의 노동시장 참가율이 매우 높은 반면 노동소득은 적은데,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노년층의 노동소득이 불안정하거나 시간당 소득이 매우 적다는 반증이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년층의 노동시장을 통한 재원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노동소득이 적거나 불안정한 경우 노동시장에 의존하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인 효과만 있다.
이 교수는 “노년층의 노동생산성이나 근로에 대한 보상이 높지 않는 상황에서는 노년층의 노동증가를 통해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향후 한국 노년층의 부양체계는 공공부문이 담당하느냐, 개인의 저축 및 자산이 담당해야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교육비가 높은 것은 노년층의 부양체계가 취약한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노년층의 부양체계를 지나치게 공공부문에 의존하게 하거나 지나치게 개인에 맡겨두는 것 모두 리스크가 있으므로 경제성장과 재정, 부양 측면을 모두 고려해 종합적 부양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